올해는 무더위가 일찍부터 극성을 부려 에어컨도 많이 팔리고 사무실과 전철에서도 예년보다 일찍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다. 에어컨은 부채나 선풍기에 비해 성능이 월등한 반면 여러 가지 건강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중앙집중식 환기 및 냉방시스템을 갖춘 곳에서는 냉방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냉방병은 여성 직장인에게 많이 생긴다
냉방병은 에어컨을 가동하는 사무실이나 일반 가정에서 오래 머물 때 주로 나타난다. 벤젠, 솔벤트 등 화학물질이나 레지오넬라균 등 미생물에 의해 오염된 공기가 순환하면서 눈, 코 등의 점막을 자극하고 두통, 피로, 무력감, 집중력장애 등을 일으키는 증상을 말한다. 98년 홍콩주민 2,856명을 조사한 결과 19.6%가 두통과 안구건조증과 같은 냉방병 증상을 호소했다. 저온에 소음과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작업자나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았다.
레지오넬라균은 대형건물 에어컨 냉각수에 많다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계속 사용하면 에어컨 내부나 냉각기에 쌓인 먼지와 세균이 인체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레지오넬라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세균 번식을 막으려면 2주에 한 번 필터 청소를 해야 한다. 에어컨 필터를 꺼내 중성세제를 탄 물로 깨끗이 씻어 그늘에서 말린 다음 재사용하면 된다.
레지오넬라균은 섭씨 25~42도의 따뜻한 물을 좋아한다. 수조, 공기, 물방울 등에 섞여 있는 미세한 균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감염되며 고열, 오한 등 폐렴증상을 보인다. 건강한 사람은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간다. 주로 대형건물 냉각탑의 냉각수에서 번식해 에어컨을 통해 번진다. 가정용 에어컨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지 말고 자주 환기시켜라
냉방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섭씨 5~8도 이상 지속되는 환경에 오랫동안 머물면 자율신경계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뇌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졸리거나 두통이 오고, 장운동이 저하돼 변비나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근육 수축의 불균형으로 요통이 생기고 여성에겐 호르몬 이상 때문에 월경불순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나친 체내 온도저하로 말초혈관이 수축돼 얼굴과 손·발이 붓기도 한다.
예방하려면 냉기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고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지 말아야 한다. 실내온도는 섭씨 26~28도, 실내외 온도차는 5~8도 안팎이 적당하며, 1시간 간격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해 주는 게 좋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틈틈이 바깥 공기를 쐬는 것도 중요하다.
종일 냉방기가 가동되는 곳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긴 소매 겉옷을 준비, 수시로 입었다 벗었다 하며 온도차를 조절해줘야 한다. 근무시간 중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출이 심한 젊은 여성, 냉방된 차 안에 오래 머무는 운전기사, 노약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전효이·노원을지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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