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을 끌어온 정부와 미국 뉴브리지캐피털과의 제일은행 매각협상이 마침내 완전타결됐다. 국내은행이 외국 금융기관에 넘어가는 것은 처음이다.제일은행 매각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제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타결만으로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또 외국 금융전문가가 경영하는 첫 대형은행이 출범함으로써 선진금융기법이 본격 도입되는 등 국내 금융산업이 질적인 면에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번 협상타결 내용을 보면 제일은행의 자산가치 평가, 매각 후 새로 발생하는 부실에 대한 정부의 손실보전 문제등에 있어 지난해말 뉴브리지캐피털측과 교환했던 양해각서보다 진척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성공적인 매각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제 값을 받았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제일은행의 지분 51%를 액면가 5,000원으로 뉴브리지측에 넘기기로 했다. 제일은행에는 이미 지난해 1월 출자로 투입된 1조5,000억원과 부실채권 매입에 2,300억원이 들어갔고, 앞으로 공적자금 5조3,000억원이 더 투입돼 총 7조원가량이 소요된다.
공적자금이 들어가면 제일은행은 「클린뱅크」가 된다. 또 신규부실에 대해 일정 기간 정부가 이를 보상하도록 되어 있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자금이 더 들어갈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면가 5,000원에 넘기는 것은 제 값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면하기 힘들다. 너무 헐 값에 팔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협상에서 두드러진 것은 우리의 협상태도 및 전술에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 상대방에게 우리의 카드를 미리 다 보여주는 잘못을 했다. 협상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시한을 정해놓는 것은 전략의 하나다. 하지만 시한설정에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하거나, 시한이 상대측에 알려진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말 『제일·서울은행중 하나는 대통령 방미(2일)를 전후해 매듭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대통령 방미중 우리 정부의 개혁의지를 미국측에 설명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시한에 쫓겼고, 뉴브리지측은 한층 여유있게 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좀더 얻을 수 있었던 것을 놓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HSBC와의 서울은행 매각협상이 남아있다. 1차 협상시한이 지나는 등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이번 협상이 타결된 만큼 정부는 여유를 가지고 대처해 충분히 제 값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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