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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9. 조원석 KBS라디오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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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9. 조원석 KBS라디오국 PD

입력
1999.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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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애청자라면 한번쯤 들었을 라디오 드라마 「KBS 무대」. 음악 다큐멘터리 교양 등 다양한 장르를 다 섭렵해 이제는 별 욕심이 없다는 조원석(50) KBS라디오국 부주간이 맡고 있는 프로다. 그는 가곡 드라마 「선구자」로 82년 한국방송대상 라디오 연출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아시아방송연맹(ABU) 대상, 한국대방송대상 최우수 작품상 등 방송 관련 상들을 거의 휩쓴 라디오 PD의 거장이다.사람들의 관심이 TV를 비롯한 영상매체로 쏠리는 가운데서도 그는 25년 동안 묵묵히 라디오를 지켜왔다.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지만 라디오 역시 나름의 특성과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라디오는 소재나 주제의 제한이 없고 제작환경이 자유로워 실험적인 작품의 드라마화, 다양한 장르의 음악 소개, 매우 사실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이 가능해 질 높은 문화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말한다.

『PD가 된 것은 순전히 연극 연출가가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연극만 해서 밥을 먹기 힘들어 연극연출과 유사한 방송사 PD를 지망한거지요』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74년 입사,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라디오 분야를 지원했다.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영웅 PD 밑에서 「KBS무대」 조연출로 프로를 시작했다. 이후 「여인극장」 「명작극장」 등 드라마 프로에서부터, 「한국가곡 뒷이야기」 「팔만대장경」 등 다큐 프로, 「교육을 말한다」 등 시사 프로, 「소리백년 생활 백년」 등 교양프로, 「오후의 교차로」 등 음악 프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을 해왔다.

그의 연출자세는 현장 중심적이고 분석적이다. 91년 한국방송대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다큐 「팔만 대장경」의 4개월에 걸친 제작과정을 보면 그의 성격과 연출관이 드러난다. 『백과사전 사서 등 각종 자료에 우리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팔만 대장경의 판본수가 다 다르게 나와요. 판본 수만 파악하는데 1개월이 걸렸죠. 사료마다 다르게 나오는 대장경 제작행로를 직접 다녀보면서 취재를 했습니다』

그는 라디오PD 외에 희곡작가 및 연극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사를 찾아서」 등 수십편의 희곡을 발표했고 「꿈꾸는 어부」 등을 연출했다. 그런 때문인지 그의 모습에선 문학청년의 순수함과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까지 당했던 치열함이 엿보인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인생의 성공이고 출세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성공한 삶이지요』

『PD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부끄럽지요. 연출가는 자존심으로 살아가는데 금품과 자존심을 맞바꿀수 없는 것 아닙니까?』 종종 불거져나오는 PD비리 의혹사건에 대한 입장이다.

대학생인 딸아이가 자신이 연출한 프로와 연극을 매번 모니터하고 칭찬을 해줄 때 연출가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조 PD. 그가 가장 걱정하면서 후배 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PD의 관료화 문제다. 『실험정신과 창의력이 넘쳐야 할 PD들이 매너리즘에 빠지고 기획력과 아이디어 없이 작가를 비롯한 스태프에게 지시만 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우려됩니다. 능력있는 젊은 PD들이 창의력을 계속 키워 나갈 수 있는 분위기도 중요하지요』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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