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처럼 풍성하고, 파피오 페디룸(난의 일종)같이 은은한 여운이 남는 맛이다』요즘 한 잡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연재만화 「짜장면」(김재연 작)에서 주인공이 만든 수타(手打) 자장면을 맛본 한 미식가의 품평이다. 이쯤되면 도대체 어떤 재료를 쓴 자장면일까 궁금해질 정도. 하지만 이 정도 찬사는 요즘 인기절정을 구가하는 「요리만화」들에선 기본 예우에 불과하다. 무한한 만화적 상상력의 토대 위에서 요리는 인간이 창조해낸 최상의 걸작품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재료 하나에도 무협소설 한권 분량의 스토리가 보태지고, 음식마다 요리사의 투철한 장인정신과 혼(魂)이 더해지면서 요리는 당당히 문화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요리만화가 요리붐을 이끌고 있다.
「미스터 초밥왕」「아빠는 요리사」「맛의 달인」「짜장면」…. 중고생부터 대학생까지, 독신남녀부터 맞벌이부부까지 요리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읽어봤을 대표적인 요리만화들이다. 황당무계하면서도 기상천외한 만화적 재미가 가미되긴 했지만 대부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요리비법을 가득 담고 있다. 심지어 요리전문가들의 참고서로까지 활용될 정도. 「미스터 초밥왕」을 애독한다는 일식 조리사 성기협(30·래디슨서울프라자 「고도부끼」)씨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요리가 수두룩한데다 내용도 전문적인 수준이어서 평소 많은 참조를 한다』며 『신출내기 때부터 요리 대가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늘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는다』고 말한다.
「미스터 초밥왕」은 초밥집 수습사원 「쇼타」가 초밥요리의 비법을 깨우쳐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 자잘한 에피소드를 통해 독창적인 요리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내용이 흥미롭다. 에피소드 하나. 어느날 쇼타에게 새우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이를 데리고 단골 고객이 찾아온다. 그런데 자신의 주특기인 새우초밥을 만들어줬더니 아이가 먹다 말고 남긴다. 새우를 좋아한다면서 도대체 왜 남겼을까. 이때부터 쇼타의 피말리는 고민과 연구가 시작된다. 천신만고 끝에 발견한 해법은 「아이들은 기름에 튀긴 새우맛을 제일 좋아한다」는 것. 쇼타는 일반 새우초밥처럼 생새우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는 대신 새우에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입혀서 기름에 튀겨낸 뒤 튀김옷을 벗겨 초밥에 얹어내는 방법을 창안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새우맛에 아이는 탄성을 지르고 만다.
「아빠는 요리사」에 등장하는 두아이의 아빠 일미씨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지만 프로 뺨치는 요리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다양한 응용요리를 만드는 게 특기. 미역을 물에 불린 뒤 물기를 짜고 양념초간장(폰스)을 끼얹은 다음 아몬드나 땅콩가루를 뿌려먹는 미역밥, 토마토를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깍뚝썰기한 뒤 뜨거운 밥에 넣고 간장을 뿌려먹는 토마토밥 등 「초간단 스피드밥」은 현실에서도 독신자들의 애용식이 됐다.
「맛의 달인」은 신문기자 두명이 「완벽한 요리」를 찾기 위해 세계 각지로 취재여행을 다니며 겪는 에피소드를 모았다. 호주 원주민들의 꿀개미 디저트 등 세계 오지의 별미요리와 감칠맛나는 일본 전통음식들이 망라돼 있다. 두껍게 썬 복어회 위에 무즙과 다진 쪽파를 얹고 숯불에 한쪽 면만을 구어 먹는 복어구이나 다시마 위에 복어회를 얹었다 다시마 향이 배이면 생선살만 먹는 다시마 회요리 등이 인상적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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