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들 어떻게 된 거야』, 『나 빨리 유치원에 가고 싶어』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로 뜻밖의 참사를 당한 서울 소망유치원 원생중 다행히 목숨을 건져 가족들 품으로 돌아온 어린이들도 사고 당시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원생들은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느꼈던 공포감등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가 하면 캠프에 참가하지 않은 아이들도 돌아오지 않는 옛친구들을 애타게 찾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캠프에 가지 않은 조영진(5)군은 1일 그림 한 장을 그려 엄마에게 보여줬다. A4용지 2장 크기의 그림 한켠에는 소망유치원이 자리잡고 있고 가운데 부분에 네모난 건물과 앰뷸런스 한 대가 어디론가 급히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환하게 웃는 4명의 아이 옆에 유난히 몸집이 작은 어린이가 창백한 얼굴로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영진이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이 없다가 한참 뒤에야 『엄마, 나 유치원에 못가는 거야? 한슬이가 나한테 잘해줬는데…』라며 말문을 열어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동생의 손을 잡고 불길을 헤치고 나왔지만 고종사촌 도현(6), 외사촌 세라(6) 등 친구들을 잃은 은성(6)이는 캠프에서 돌아온 뒤 딴판으로 변했다. 쾌활하던 성격은 온데간데 없고 말수가 눈에 띄게 적어졌다. 멍하니 있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
은성이 아버지 김동영씨는 『은성이와 동생을 데리고 가까운 신경정신과에 다녀왔다』면서 『은성이가 뜻밖의 참혹한 광경에 많이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뒤 아무런 부상없이 가장 먼저 부모 품에 안긴 충호(4)가족들도 충호가 TV를 보면서 『우리 저기서 수영도 하고 재밌게 놀았다』면서 『근데 누나도 죽고 형도 죽었어』라며 울먹이는 것을 보고는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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