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총리의 특검제 관련 답변에 대한 한나라당의 겉반응은 부정쪽에 가깝다.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정부가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그것으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총무는 『특검제 제도화와 옷로비 의혹과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는 반드시 해야 한다』며 『이는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논의를 거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의 마지노선을 허물지 않은채 밀어붙이기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다.그러나 겉반응과 속내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리 발언이 대통령과 논의를 거친 것이라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의 최초반응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당직자는 『여권 주변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김총리의 답변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봐야한다』며 『핵심을 에두른 김총리의 언술은 여당에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분석은 한나라당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총무와 안대변인의 의견차는 상황 인식의 차이라기 보다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의 차이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분석이다. 압박 수위를 한껏 높인 상태에서 여야 협상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이 마냥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또다른 당직자는 『받아낼 것은 받아내지 않았느냐』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지금까지 국정조사와 특검제를 함께 끌고 왔지만 이제는 국정조사를 놓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내주초까지 주요당직자회의, 총재단회의 등을 통해 국정조사 실시와 특검제 도입에 대한 당론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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