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중인 국제 마약밀매조직이 국내 시중은행을 통해 거액의 마약자금을 돈세탁한 행위가 처음으로 밝혀짐으로써 우리 나라도 더 이상 국제 조직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입증됐다.이번에 국내 2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돈세탁을 시도한 생즈단은 95년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무려 3년6개월간 3,000만달러 이상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 중미 등으로 유출, 자금을 은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국내에서 금융실명제가 사실상 완화된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마약자금을 국내 은행으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들이 미국에서 운영중인 전화서비스업체 P사와 컴퓨터장비 판매업체인 M사가 미 수사당국의 조사결과 제품판매실적이 전혀 없는, 돈세탁을 위장하기 위한 유령회사인 것으로 밝혀져 이들이 국내 은행계좌 개설시 명의를 사용한 K사, R사 역시 유령 무역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이 마약자금 은닉을 위해 우리나라에까지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조직적으로 위장, 분산을 시도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앞으로 불법 돈세탁이나 마약거래, 무기·인신매매 등 국제 조직범죄가 더욱 급증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미국과는 형사사법공조조약이 체결돼 국내 은행계좌 동결조치 등 수사공조가 가능했지만, 조약이 맺어지지 않은 나라들과는 사실상 수사공조가 어렵기 때문. 따라서 검찰은 이같은 국제조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재 유엔주도로 협상이 진행중인 「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이 조속히 타결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내년 9월께 이 협약이 유엔에 상정되면 우리 정부도 가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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