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달아 준 금뱃지를 이용해 여성들과 관계를 맺은 뒤 그들을 성(性)의 노리개처럼 표현하고 비하하는 태도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1일 본사를 찾아온 3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여당 중진의원 P씨의 사생활을 폭로하며 모욕감으로 치를 떨었다. 지난해 12월 P의원을 우연히 소개받아 4개월간 은밀히 만나왔다는 그는 자신과 P의원과의 전화녹음을 들려주며 『그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연상케 하는 사람』이라고 분노를 감추지않았다.
이 녹음에서 P의원은 여자관계와 관련한 주위에 소문에 대해 『내가 요즘 (그 여자들을) 상대해주지 않으니 질투심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여자가 없어서 늙은 x하고 상대를 하는 줄 아느냐』며 『xx질이나 하고 다니는 수준이하의 x들』이라고 자신이 만나 온 여성들을 비하했다.
이같은 내용이 지난달 중순 모주간지에 일부 보도되자 P의원은 『예전에 내가 그런 비슷한 말을 한 것은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말을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보 여성은 『기사가 나간 뒤 P의원이 측근을 보내 「언론을 모두 막아놨으니 더 이상 보도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에 관계를 폭로했던 한 여성은 지금 폐인처럼 생활하고 있다」고 협박했다』며 신변 불안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박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억을 못한다』고 부인하다가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발언」』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또 『제보자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거나 『불순한 목적으로 나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음모가 있다』는 등의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제보여성과 P의원의 말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아직 확실치않다. 또 정치인에게도 사생활이 있는 만큼 이를 문제삼는 것은 온당치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여성이 있는 이상 그는 공인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덕률도 지키지 못한 것이 아닐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지퍼스캔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느낀 것은 법적 책임보다 정치인의 도덕성 한계였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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