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홀로 사는 저소득층 노인(독거노인)을 돕는 가정도우미제도를 개선하려다 도우미들의 반발에 부딪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는 당초 8시간 유급 가정도우미제도가 본래의 봉사정신이 퇴색, 「직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근무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고 불성실 도우미를 퇴출시키는 개선안을 마련했다.그러나 25개 구청에서 활동중인 606명의 도우미중 500명이 최근 노조를 결성, 시의 개선안이 일방적 임금삭감등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조치라며 최근 6차례나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이옥동(41)노조위원장은 『도우미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유급 봉사원』이라며 『3년동안 전일 근무를 해왔는데, 시가 뒤늦게 많은 도우미들이 불성실한 것처럼 매도하면서 파트타임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사태의 발단은 96년4월 기존의 무급 가정봉사원제도의 운영이 부실하자, 사회복지예산을 편성해 활동비 명목으로 시간당 2만6,400원을 받는 유급 가정도우미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시는 당시 시장방침(제88호)으로 가정도우미를 모집, 각 구청에 배치했는데, 돈을 주면서도 이들의 지위를 「공무원이 아닌 자원봉사자」로만 분류했다. 임시직이나 일용직등의 구체적 근로조건은 두지 않은 것.
그러나 이 제도는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노출됐다. 하루에 3∼4곳의 가정을 돌면서 노인들의 가사와 심부름, 수발 등을 해주는 근무특성상 관할구청의 감독이 어렵자 일부 도우미가 근무중 에어로빅이나 사우나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일하기 쉽고 돈도 받으면서 자원봉사를 한다고 남한테 자랑할 수 있는 장점」때문에 도우미모집에는 치열한 로비와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초 은평구에서 6명의 도우미 모집에 101명이나 몰렸다.
4,414명의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가정 도우미 운영에 연 58억원을 쓰는 시는 최근 이들의 근무실태를 조사한 결과, 70%가 근무태도에 문제가 있어 제도개선을 추진했지만 도우미들의 노조결성으로 사실상 무산되게 됐다.
더욱이 뒤늦게 도우미들의 「법적 지위」를 노동부에 문의한 결과, 「정규직」이며 노조결성권이 있다는 유권해석이 나와 시측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시는 예산만 지원할 뿐 구청이 이들의 채용 주체이므로 노사교섭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노동부 유권해석으로 볼때 이들의 퇴직금까지 물어줘야 할 판이다. 606명이 일시 퇴직하면 퇴직금은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관계자는 『애초에 자원 봉사자들에게 돈을 준 게 잘못이었다』며 『이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이 제도를 폐지하고 싶어도 폐지할 수 없고, 개선하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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