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미국·캐나다 순방 일정은 숨쉴 겨를이 없을 정도로 빡빡하다. 2일부터 7일까지 5박6일 중 출국과 귀국 일자를 빼면 사실상 4일 동안 미국의 워싱턴 필라델피아, 캐나다의 오타와 등 3개 도시를 다녀야 한다. 참석해야 할 크고 작은 일정만도 36개나 된다.김대통령은 특히 14시간 비행후 2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워싱턴 공항에 도착, 11시께 영빈관에 여장을 푼 뒤 불과 2시간 반이 지나서부터 공식일정에 들어간다.
클린턴 대통령과의 오찬이 오후 1시45분, 정상회담이 2시55분으로 예정돼 있으며 이어지는 페리 조정관 접견, 특파원 접견, 동포간담회 등의 일정이 끝나는 시간이 오후 6시45분이다. 한국시간으로는 3일 오전 7시45분이기 때문에 김대통령은 가자마자 평소 잠자는 새벽시간에도 일하는 셈이다.
이런 일정은 김대통령의 일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측 사정도 적지않게 고려됐다.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만들기 위해 방미중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에게 출국 일자를 당초 2일에서 1일로 당겨줄 것을 요청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출국이 당겨지자, 우리측 외교 실무자들은 미국측에 『김대통령이 1일 미국으로 가 하루 쉬고 2일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1일 저녁6시 떠나면 이후 영빈관 청소, 경호체계 재점검, 통신시설 정비 등으로 6시간이 소요된다』면서 『김대통령이 1일 오면 호텔에 묵을 수 밖에 없다』고 알려왔다.
이런 이유로 김대통령은 2일 출국, 곧바로 정상회담을 하는 강행군을 택했다. 국내의 복잡한 사정도 김대통령의 빠뜻한 일정에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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