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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캠프참사] 유치원동네 전체가 통곡.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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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캠프참사] 유치원동네 전체가 통곡.오열

입력
1999.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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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족들 표정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경기 화성군 씨랜드 화재사고로 숨진 유치원생 등 시신 23구가 안치된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가족들의 통곡과 오열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유족은 시신이 국과수로 넘겨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고현장으로 갔다가 뒤늦게 달려와 사고대책본부의 무성의에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국과수측이 유족들의 충격을 우려해 시신을 보여주지 않자 한때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소망유치원 원생 천수영(7)양의 어머니 최선주(34·서울 송파구 오금동)씨는 대기실 바닥에 주저앉아 딸의 이름만 계속 부르며 통곡했다. 수영양의 아버지 천현중(41·노동)씨도 『처음에 「선수영」으로 언론에 보도됐으나 나중에 「천수영」으로 이름이 바뀌어 무작정 달려왔다』며 시신 확인을 위해 국과수건물을 왔다갔다하는 와중에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큰고모 최인숙씨는 『그저께 밤 양갈래 머리를 자르고 수줍어 하던 수영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수련원 아르바이트생 김지혜(20·서일대 레크리에이션과 2학년)양은 『아이들의 취침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불이 났다고 해서 달려갔다』며 『남자 선생님들이 수건에 물을 묻혀 불길을 잡으려 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양은 『불길속에서 「선생님 살려주세요」 「문좀 열어주세요」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으나 불길이 너무 빨리 번져 손을 써볼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소망유치원 주변은 동네 주민 모두가 비통에 잠기면서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급작스럽게 비보를 접한 부모들은 혼비백산해 자녀들의 생사를 확인하느라 발을 동동 굴렀고 이웃들을 부여잡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유치원 출입문에는 「29~30일은 여름캠프가 있습니다. 용무가 있으신 분은 30일 오후4시 이후에 방문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유치원 안에는 아이들이 신던 실내화와 크레파스, 필통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공책과 생활기록부, 여름캠프 안내문도 함께 발견됐다.

○…화재현장에서 간신히 몸을 피한 어린이들은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잊지 못한 듯 심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발바닥에 화상을 입은 임아현(6)양의 아버지 임일환(33·자영업)씨는 『아이가 가끔씩 경기를 일으키고 엄마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화재현장에서 이충호(5)군을 곧바로 집으로 데려온 이군의 아버지 이경춘(34)씨도 『아이가 많이 놀라 승용차에 타자마자 잠이들어 3시간동안 깨어날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참변을 모면한 경기 군포시 얘그린유치원생 65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오전11시 유치원 앞에 도착하자 초조하게 기다리던 학부모 40여명은 아이들을 부둥켜 안고 어쩔줄 몰라했다. 일부 원생들은 가방은 물론 신발도 챙기지 못한 맨발 차림이어서 화재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케했다.

원장 배수경(43)씨는 『새벽에 「불이야」하는 소리가 들려 황급히 아이들을 대피시켰으나 함께 투숙했던 다른 유치원 교사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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