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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삼성車 처리를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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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삼성車 처리를 지켜보며

입력
1999.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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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재벌구조조정의 상징처럼 되어 왔던 삼성자동차의 처리문제가 결국 법정관리로 귀결될 듯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건희회장이 2조8,000억원 상당의 개인재산인 삼성생명주식 400만주를 삼성차에 출연하고 사태해결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소위 「빅딜」은 실질적으로 무산되고 삼성차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독자회생과 퇴출 사이의 양자선택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과연 이로써 모든 것이 다 잘 된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에 앞서 이번 타결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들의 노력에 개인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한다. 이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하자.

삼성차의 문제는 재벌체제가 국민경제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사업승인과정에서 불거진 정치적 고려, 총수 개인의 독단적 결정과 그에 대한 내부 견제장치의 부재, 곡학아세의 논리를 폈던 언론과 식자층, 개별회사보다는 삼성이라는 이름만 믿고 뭉터기 돈을 내준 금융권 등 삼성차가 드러내 보여준 모순은 끝이 없다.

삼성차가 재벌문제의 상징이듯이, 삼성차 문제의 해결방식은 재벌체제가 가진 모순을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그동안 삼성차의 해결방식으로 제시되어 왔던 빅딜은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빅딜에 의한 해결은 손실분담의 처리와 관련하여 소위 「선단식 경영관행의 철폐」라는 대전제를 훼손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정부 혹은 채권단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발생한 손실을 삼성내의 누군가에게 떠넘겨야 하는데, 이 방법은 곧 재벌개혁이 그 철폐를 목표로 해야 할 「선단식 경영관행」에 입각한 해결책이라는 원론적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계열사에 의한 부당한 손실부담은 공정거래 규정이나 주주권익 보호라는 차원에서도 용납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사재출연 역시 빼앗기는 회사에 대해 사재를 출연하는 것이 도덕적으로는 몰라도 경제적 논리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현재의 해결방법은 빅딜보다는 훨씬 매끄러운 해결방법으로 보인다. 개인이 자기 돈을 들여 위기에 빠진 사업을 구해서 자기 책임하에 잘 해보겠다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두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하나는 실질적으로 개인회사가 된 삼성차에 대해 삼성계열사가 과거의 관행을 청산하지 못하고 부당한 내부 지원을 하지는 않을지에 대해 끊임없는 감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력이나 자금지원, 심지어 자동차 강매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실정상 그룹총수의 개인회사에 대해 계열사가 관심을 접어두기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채권단 역시 이제부터는 삼성차에 대한 여신을 취급함에 있어 철저히 삼성차라는 개별 회사의 수익성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앞에서도 논의했듯이 삼성차 문제의 해결은 부실한 재벌계열사들의 처리에 하나의 선례로 작용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사재출연과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이번 해결방식이 과연 다른 부실계열사의 처리방식이 될 만큼 일반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빅딜이라는 일반적인 처리방식이 물건너 간 지금 자칫하면 5대 재벌의 처리문제는 일반적인 원칙에 의해 처리되지 않고 사안별로 개별적인 처리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시일이 지나야 가능할 것같다.

/전성인·홍익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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