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패권주의를 견제하는 유럽과 남미간 협력 체제에 시동이 걸렸다.유럽연합(EU)과 중남미 48개국은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역사상 첫 정상회의를 갖고 정치·경제·문화 등 전방위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리우 선언」에 서명했다.
리우 선언은 아직 구체성이 결여된 총론 수준이지만 이번 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은 폐막식에서 미국이 쿠바와 거래하는 비 미국계 기업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른바 「헬름스_버튼 법」을 성토하는 등 더 이상 중남미에서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리우 선언에서도 한 나라가 타국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을 시행하는 것은 다자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 배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로빈 쿡 외무장관은 『쿠바에 대한 제재는 중남미 전체에 대한 제재』라고 지적했으며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 등 유럽정상들으로부터 개인적 환대를 받기도 했다. 에르네스토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은 폐막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과 EU 사이에서 균형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 대륙 정상들은 곧바로 후속조치의 검토 및 이행을 위해 지역간 고위관리 그룹을 결성하고 2002년 스페인에서 2차 정상회의를 재개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EU 15개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5개 회원국은 경제규모 9조달러, 소비자 5억7,500만명의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 될 자유무역지대 창설 논의를 시작키로 했다. EU와 메르코수르간 자유무역지대 구상은 2005년에 완료될 예정인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출범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르코수르 국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단일통화 문제에서도 달러화는 배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리우선언의 이행에는 관세와 농업 분야라는 양대 난제로 앞길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을 중심으로 그동안 농작물에 대한 관세 장벽과 수출 보조금 혜택을 받았던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선언이 당장 유럽과 중남미 경제의 교역 활성화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유럽_미국_중남미 3자간에 균형 잡힌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김병찬기자 b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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