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다변화제도가 완전폐지됨에 따라 지난 20여년간 일본제품을 막는 「보호막」속에서 성장해온 관련 국내 산업계가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됐다. 특히 이번에 해제되는 자동차 기계류 전자 등 3개분야 16개 품목은 내수시장 13조4,500억원 규모(99년 추산)의 국내 업계 주력산업이자 해외시장에서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상품들이다.이에 따라 사상 최대의 대일 시장개방이 될 이번 조치는 국내 업계 및 소비자들에게 전례없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 측면 일제 수입규제가 풀림에 따라 일단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제품 선택폭이 그만큼 더 넓어지게 됐다. 특히 가전제품에 해당하는 컬러TV, VCR, 휴대폰, 전기밥솥, 콤팩트(소형)카메라 등의 일제 수입규제 해제는 이미 관련 국산제품의 품질향상 및 특소세 감면 움직임 등으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내수시장을 둘러싼 일제와 국산의 한 판 겨루기는 당연히 국산 제품의 품질향상 및 판매가의 현실화를 수반할 것』이라며 『아이러니인지는 몰라도 일제 수입이 「소비자 이익」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황을 건설적으로 활용할 경우, 국내 관련 산업을 고도화하는 기회도 될 전망이다. 관련제품의 완제품 수출이 봉쇄된 상황에서 일본측은 그동안 국내 업계와의 합작, 또는 핵심부품 수출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이제 일본측의 수출전략은 완제품 수출을 늘리는 쪽으로 기울 것이 확실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일본측의 핵심부품 공급량 조절 및 합작취소 등을 염두에 두고 「독자생존」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무역협회와 업계등이 정부에 요구한 핵심부품에 대한 관세인하, 중소부품업체에 대한 지원 등이 집중적으로 시행되면 관련 업계가 기술 신장의 중흥기를 맞으며 수출력을 제고하는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부정적 측면 무엇보다 일제의 내수시장 잠식이 우려된다. 단기적으로는 관련 국내 업계의 경영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의 맹목적 외제 선호도가 높은 제품에서 우려는 더욱 크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4년까지 소형카메라 60%를 비롯해 컬러TV는 15%, VCR은 13%, 휴대폰은 15%, 전기밥솥은 25%의 내수시장을 일제가 잠식할 것으로 추정됐다.
카메라 전기밥솥 등 일부 제품에서 일본측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힘겨운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대신 일제 완제품 수입에 주력할 경우 자동차부품, NC선반, 머시닝센터 등 생산재 부문에서도 수입이 2004년까지 최고 14배까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무역협회 박진달과장은 이와 관련, 『부품 및 공작기계분야의 국내 산업 수준을 감안할 때,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기존 산업기반마저 붕괴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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