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세상에 가서도 둘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한시도 떨어져 있지 못하고 서로를 위해주던 천사같은 애들이었어요』 화재참사로 쌍둥이 자매를 모두 잃은 고석(高錫·37·서울 송파구 문정동)씨는 두 딸의 시신이 안치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로비에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1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가현(嘉賢·6)·나현(娜賢)자매의 참사는 수두에 걸려 며칠간 병원신세를 지다 28일 다시 유치원에 나간지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쌍둥이는 아파도 같이 아프다」는 말을 지키기라도 하듯 언니 가현이가 며칠전 먼저 수두에 걸리자 동생 나현이도 뒤따라 같은 병에 걸려 함께 병원 신세를 졌다.
『차에 타며 「엄마, 다녀올께요」라고 나란히 인사하던 모습이 선해요. 유일한 연락처인 원장님 핸드폰만 터졌어도 어젯밤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었을텐데…』 어머니 장정심(張丁心·37)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92년 광주에서 결혼해 93년 쌍둥이를 낳은 장씨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94년 문정동으로 이사왔다. 지난해는 두 딸을 소망유치원에 보냈고 막내딸 지윤이까지 낳아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공무원 생활을 하느라 어렸을 때는 잘 돌봐주지도 못했어요. 올해부터는 애들 학교 보낼 준비도 해야 되고, 정말 제대로 키워볼 생각에 직장도 그만뒀는데…』 회한이 장씨의 가슴을 또한번 치고 지나갔다.
참사는 쌍둥이 자매말고도 애절한 사연들을 쏟아놓았다. 이경희(45·상업)씨는 3년전 아내가 세상을 뜬뒤 의지해오던 외아들인 재혁(6)군을 잃고 망연자실해했다. 이씨는 아들의 죽음을 믿지 못한듯 시신이 안치된 국과수에도 오지않고 오후 늦게까지 화재현장에서 재혁이를 찾아다녀 주변의 눈시울을 적시게샜다.
소망유치원 운전기사 정연두(41·송파구 가락2동)씨도 막내 아들 선교(6)를 잃는 슬픔을 겪었다. 올해부터 유치원 봉고차를 몬 정씨는 아들의 죽음에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차에 오르던 아이들이 하나하나 생각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호섭기자 dream@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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