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마라톤팀의 「간부회의」는 매일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잠실보조경기장 한 켠. 참석자는 트레이닝복 차림의 감독(정봉수·이사)과 코치(오인환·부장) 선수(이봉주·차장)들 뿐이다. 물론 간단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푸는 게 전부.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소속팀 코오롱상사의 간부급 사원이라 간부회의라는 명칭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여기에 종종 최고 열성팬이자 적극적인 후원자인 이동찬코오롱그룹명예회장까지 참석하면 이들 나름의 간부회의는 그룹 어느 모임보다 무게가 실려지게 된다. 아낌없이 지원하고 능력만큼 대우하는 것. 바로 이것이 코오롱 마라톤팀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는 힘이자 원동력이다.이들은 「정(鄭)군단」이라 불린다. 정봉수(64)감독을 축으로 황영조 김완기 이봉주 김이용 권은주 등 멤버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87년 창단이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포함해 국제대회 우승만 25회. 90년이후 매년 1개 이상의 국제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신기록도 6번이나 갈아치웠다. 90년이후 기록된 한국신기록은 모두 정군단에서 나왔다. 한국육상이 60여년동안 못했던 것을 이들은 단 12년만에 이뤄냈다. 그래서 80년이후 한국마라톤 역사는 코오롱의 마라톤 역사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은 배고픈 국내 육상계에서 「귀족」이라 불린다. 국가대표중 유일하게 태릉선수촌에 들어가지 않는다. 마라톤 선수는 웨이트 훈련에서 식단, 생체 리듬까지 별도로 특별 관리해야 한다는 정감독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최고 수준의 급여는 물론 신발 제작에만 25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코오롱 구단측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물론 이것은 구단주 이동찬 명예회장의 남다른 마라톤 사랑에서 기인한다. 1936년 손기정의 올림픽 우승기록을 담은 뉴스영화를 몇번씩 보며 눈물을 흘렸던 학생 이동찬의 어린시절 다짐이 현재 코오롱 마라톤팀의 토대가 됐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엄할 수가 없다. 시계추처럼 돌아가는 훈련 스케줄, 엄격한 성적주의, 철저한 단체생활 등 한시도 이완될 여유를 주지 않는다. 간을 안한 생 살코기와 생수만 먹는 특수 식이요법, 뼈를 깎는 강도높은 훈련을 이겨내는 인내력은 이들 「정군단」에겐 일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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