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제, 국정조사 등 정국현안을 무엇하나 제대로 풀어 내지 못하고 있는 여야가 30일 또 다시 한심한 모습을 연출했다. 여야가 마치 사활이 걸린 것 처럼 맞붙었던 쟁점은 7월1일로 예정된 대표연설의 순서 문제. 여야 총무들은 이날 오전 다른 현안엔 손도 못댄채 1시간30여분간이나 이 문제만을 붙들고 씨름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이회창(李會昌)총재가 당연히 대표연설을 먼저 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측은 『정권은 바뀌었으나 국회에선 원내 제1당의 우위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부영(李富榮)총무는 『15대 국회에선 모든 것에 제1당이 중심이 되는 이회창식 국회운영을 할 것』이라며 『대표연설을 먼저 하고 싶으면 16대 총선에서 제1당이 되면 될 것 아니냐』고 내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회의측은 지난해 11월 당시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대행이 한나라당 조순(趙淳)총재에게 순서를 양보하면서 이후로는 순번제로 하기로 한 합의를 상기시키고 있다. 손세일(孫世一)총무는 『순번제로 하면 당연히 우리 순서지만 6·3재선에서 원내에 복귀한 이회창총재를 예우, 이번엔 이총재가 먼저 하되 정기국회때부터는 순번제로 하자고 양보했는 데도 막무가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야가 「순서」에 합의하지 못하는 한 대표연설 자체가 불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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