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삼성그룹의 삼성자동차 부채정리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금융감독위 보고를 받고 태도를 유보했다. 부채정리 해법이 마련된데 대해서는 일정부분 평가할 수 있지만,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의 재산출연이 삼성생명 상장을 전제로 하고있다는 점에 내심 께름칙한 표정이다. 좀더 두고 보자는 것이다.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은 이날 삼성의 발표 직후 『삼성자동차 문제가 늦었지만 매듭지어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다만 지난해 12월7일 합의 때 삼성이 이런 조치를 취했으면 더욱 바람직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이수석은 「다행스럽다」는 부분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수석의 입장변화처럼 청와대에는 상반된 기류가 있다. 일단 긍정론은 『삼성자동차의 채무가 해결되지 않으면 은행 부담이자, 국민 부담이 돼야 하는데 이번 부채정리방안으로 국민 부담은 없어졌다』는 것이다. 빅딜 무산론에 대해서도 『빅딜 협상과정에서 삼성과 대우의 계산이 맞아 떨어지지 않아 삼성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건희회장의 재산출연이 순수한 지에 썩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생명 주식의 상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국민여론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청와대가 미리 환영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있는 듯하다.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이건희회장이 사재출연을 통해 손실을 떠안기로 한 결단으로 자동차 처리문제가 실마리를 찾게 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경부 실무자들은 『법정관리로 갈거면 처음부터 빅딜을 논의할 필요가 없었다』며 『빅딜논의로 문제해결만 지연시켜왔다』고 삼성측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재경부는 또 10년이상 허용하지 않았던 삼성생명 공개를 허용해주는 것은 사실상 특혜를 주는 조치아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재벌개혁의 실무부처인 금융감독위원회는 6개월 이상 끌어오며 막판까지 진통를 겪은 삼성차 처리문제가 일단 실마리를 찾게돼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감위 실무자들은 당초 빅딜방식의 삼성차 처리가 경제논리상 문제가 많았던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대우그룹과의 빅딜 무산이 개혁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영성기자 leeys@ 유승호기자 sh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