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가 29일 「히노마루(日ノ丸·일장기)」와 「기미가요(君ガ代)」를 국기·국가로 정하는 법안 심의에 착수했다. 이날 중의원 본회의 심의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기미가요」의 「기미(君)」와 「요(代)」에 대한 일본 정부의 새로운 해석이었다.사전적·상식적 의미에서 「기미」는 군왕, 즉 천황을 뜻하고 「요」는 때·시대를 뜻한다. 따라서 「기미가요」의 가사를 그대로 읽으면 「천황의 시대(치세)는 천년 만년 영원히, 물속의 조약돌이 바위가 되고 이끼가 무성해질 때까지」가 된다. 법제화 반대 목소리가 「기미가요」에 집중되는 것도 시대착오적인 내용 때문이다.
오보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는 우선 『「기미」는 일본국 및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이자, 그 지위가 주권자인 국민의 총의에 바탕하고 있는 천황』이라고 밝혔다. 아리송한 말이지만 「과거의 천황」이 아닌 「상징 천황」을 뜻하므로 「국민 주권」에 반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또 「요」에 대해서는 『애초에는 시간적 개념이었으나 전(轉)하여 국가를 뜻하기도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기미가요」의 가사는 우리나라의 영원한 번영과 평화를 비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일본공산당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서기장은 『그렇다면 「기미가요」란 결국 「천황의 나라」라는 뜻이 되지 않느냐』의 말꼬리를 물었지만 오부치총리의 답변은 녹음기를 튼 듯했다.
국민 누구나가 친근감을 느껴야 할 국가에 왜 이렇게 난해한 해석이 달려야 하는 것일까. 어차피 「기미가요」의 최우선 수용층이 될 초중등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난해한 「말장난」을 이해할 리가 없을 것 같다.
더욱이 공영방송 NHK(15일)나 아사히(朝日)신문(30일)의 여론조사에서 「기미가요」에 대한 찬반 의견은 거의 같았다. 그런데도 『오랜 관행으로 국민 사이에 정착했다』는 이유로 국회논의만으로 법제화를 강행하려는 태도도 「막 시작된 국민적 토론의 봉쇄」라는 의심을 사기에 족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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