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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캠프참사] 사촌4명 생사갈린 이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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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캠프참사] 사촌4명 생사갈린 이별여행

입력
1999.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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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원망스러울 뿐 입니다』30일 오전 화성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 신원확인본부가 설치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가족대기실에서 김동영(33)씨 가족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막힌 순간을 맞아 할 말을 잊었다.

자신의 두아들 은성(7) 대은(5)군은 하늘의 도움으로 살아 돌아왔지만, 같은 소망유치원을 다니다 함께 놀러갔던 사촌형제들 도현(7)군과 세라(7·여)양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은이 손을 꼭 잡고 나와서 산으로 올라갔어요』 23명의 동심을 앗아간 아수라장에서 동생과 함께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은성군은 이날 오전까지 여전히 맨발에 잠옷 차림으로 화마가 덮쳐온 당시의 상황을 또렷한 목소리로 회상했다.

당초 3층 햇님방에서 자려던 은성군은 이날 저녁내내 『엄마가 보고싶다』며 투정을 부리던 동생이 걱정돼 2층 달님방으로 내려와 동생 손을 잡은 채 잠을 청했다. 새벽 1시30분. 갑자기 발바닥이 뜨거워지는 것같아 잠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은성이는 대은이를 깨워 복도로 뛰어 나갔다. 앞에서 불길이 훤하게 치솟고 있었다.

『얘들아, 손잡고 줄서서 내려가』라고 소리치는 달님반 여선생님의 창백한 얼굴을 보는 순간 은성이는 3층 햇님방에서 자고 있을 이종사촌 세라와 고종사촌 도현이 생각이 났지만, 우선 대은이 손을 꼭 잡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건물 앞마당에 있다가 다시 선생님들을 따라 산으로 올라간 은성이는 도현이와 세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둘러보며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예감이 좋지 않아 보내지 않으려다가 아이가 며칠부터 손꼽아 기다려온 까닭에 할 수 없이 보냈는데…』 은성군 고모이자 도현군 어머니인 김순덕(36)씨는 유족대기실에서 은성이 이야기를 듣다 결국 주저 앉고 말았다.

김씨는 『도현이가 수련원에 가던 날 아침부터 집 앞에 나와 유치원차를 기다렸다』며 『도현이가 떠난후 동생 태현(5)이가 하루종일 「형아가 보고 싶다」며 어리광을 부렸다』며 흐느껴 울었다.

김동영씨 가족들은 유달리 우애가 좋아 10여년 전부터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에 모여 살았다. 이들은 잠옷차림의 은성이가 도현이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자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커온 아이들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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