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증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해온 이른바 「빅딜」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이 무산됐다는 심리적 부담에도 불구,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증시가 절대적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는 점을 증시 관계자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신청소식이 알려지자 30일 오후 한때 주가지수는 전날에 비해 25.13포인트 떨어진 872.32까지 하락했다. 김경신(金鏡信)대유리젠트증권이사는 『국내 최대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통한 청산절차에 들어갔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도 법정관리 신청발표와 함께 일제히 하락했다.
그러나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 소유 삼성생명지분 처분을 통한 부채정리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주가하락폭이 크게 좁혀졌다. 특히 삼성생명 주식을 각각 14.5%, 11.5%씩 갖고 있는 신세계와 제일제당의 주가는 상한가로 마감됐으며 삼성자동차 부채를 떠안는 부담이 줄어들게 된 삼성전기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주가도 강세로 돌아섰다.
장득수(張得洙)신영증권조사부장은 『고객재산이 자산의 대부분인 생명보험회사의 상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 정부가 연내 상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증시를 기업구조조정의 최대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의 대세 상승분위기가 지속되지 않는 한 삼성생명 주식을 상장시켜 삼성자동차의 부채를 정리하고 교보생명상장을 통해 대우그룹의 자금사정에 숨통을 틔운다는 「복안」은 실현되기 힘들다는 것이 증시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빌 헌세커 ING베어링증권이사는 『한국 산업의 공급과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산」이 가장 확실한 구조조정 방법』이라며 『삼성차의 법정관리신청은 빅딜을 통한 구조조정보다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금융기관들이 부실을 추가로 떠안아야 하는 등 짊어지고 가야 할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들이 삼성자동차에 빌려준 돈이 1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 때문에 이날 은행 종금 주식은 한두 종목을 제외하고 일제히 내림세를 기록했다. 또 1,872만주에 달하는 삼성생명 한 곳의 주식만 상장되더라도 주당 70만원으로 가정하면 한꺼번에 13조원이라는 막대한 물량이 쏟아지게 돼 공급압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3조원은 시가총액기준으로 현재 4위인 포항제철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준형기자 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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