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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캠프참사] 순식간 불길…비명…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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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캠프참사] 순식간 불길…비명… 발만 동동

입력
1999.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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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재순간.진화 목격자 진술 -23명의 유치원 새싹들이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숨진 경기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 「씨랜드 청소년수련원」화재 현장은 말로는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기 이를데 없었다.

유치원생들이 묵었던 숙소는 철골구조만 흉물스럽게 남아 있고 여기저기 나딩굴고 있는 어린이들의 신발과 옷가지가 아비규환의 참사를 대변하고 있었다.

◆사고순간

소망유치원 원생 42명은 29일 오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에 도착했다. 모처럼 도시를 떠난 아이들은 바다가 보이는 야외수련장에서 하루종일 공놀이와 물놀이로 시간을 보냈고 오후 10시20분께 수련원 숙소 301호와 302호에 나눠 잠자리에 들었다.

안전지도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재훈(20·극동전문대관광과 1년)씨등 수련원 직원과 유치원 인솔교사 10여명은 숙소 옆건물에서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일부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잠들었다. 새벽 1시30분께 갑자기 시설 전체에 전기불이 나갔다.

불길한 예감이 든 김씨 등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누군가 『불이냐, 불이야』를 외쳤다. 숙소쪽을 바라보니 301호에서 창문으로 불길이 새나왔다.

◆구조및 대피

김씨와 인솔교사들이 정신없이 숙소로 올라가 301호 문을 여는 순간, 자욱한 연기속에서 유치원생들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비명을 지르며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센 불길이 뻗어나오고 유독가스가 심해 도저히 진입할 수가 없었다.

원생들은 따라갔던 사진기사 박효선(33)씨도 『2층에서 잠자리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3층에 있던 어린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려 올라가 방문을 열어보니 불길이 거세게 뻗쳐나와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솔교사와 수련원 직원들은 옆방에 있는 아이들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3층 각 방을 돌아다니며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깨워 좁은 통로를 통해 운동장으로 대피시켰다.

◆진화

불이 나자 소망유치원 인솔 교사들은 단잠을 자고 잇는 원생들을 대피시키는 한편 불길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2층에 있던 직원들은 목욕탕에서 물을 길어 화재진압에 나섰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캠프를 따라왔던 아이들의 부모들도 수영장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 진화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망연자실한 부모들은 『갯벌체험을 하러 왔는데 왠 날벼락이냐』며 주저앉았다.

신고를 받고 오전 1시50분께 소방차 2대가 출동했지만 이미 불이 전건물로 번져 건물이 붕괴하기 시작한 때였다. 이어 1시간여만에 수원 안양등지에서도 소방차 50여대가 도착했지만 소방대원들은 이미 붕괴된 건물에서 숨진 어린이 23구의 시체를 찾아냈을 뿐이다.

◆수사

경찰은 사고원인을 누전과 모기향에 의한 발화등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불이 순식간에 전 건물로 번진 점으로 미뤄 누전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뒤 방열을 위해 벽면에 깔아놓은 스티로폼을 타고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각방에 피워놓은 모기향이 이불이나 벽면에 옮겨 붙어 화재가 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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