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활동 동향 분석] 지표회복 체감은 냉랭 -지표로만 보면 실물경기는 어디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술적 반등」요인이 있다고는 하나 생산과 소비는 물론 투자까지 이젠 완연한 회복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두가지다. 하나는 장밋빛 지표가 왜 피부에 와 닿지 않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정부가 어떤 정책적 대응을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생산 소비 투자의 「세끌이」회복
5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21.8%, 제조업은 22.4%이고 중화학공업은 26.4%이다. 주력산업일수록 생산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작년 5월의 부진(마이너스 11.1%)을 감안해도 10%대의 생산 순증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부진하다고는 하나 출하량은 물량기준으론 28.3%가 늘어났다. 내수출하(19.8%)보다 높아 더이상 「내수전형 경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채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격이지만, 생산의 활력 자체는 물량이 좌우한다.
소비는 도·소매판매 기준으로 8.9% 늘어 속도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꾸준한 증가세다.
증가율로만 보면 투자가 으뜸이다. 설비투자는 43.3%, 건설투자(수주기준)는 89.6%나 신장됐다. 설비투자는 3개월 연속 2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기조적 회복세」에 진입했다고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절대수준이 환란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작년 1년 내내 설비투자는 40~50%의 마이너스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에 생산이나 소비 보다는 「기술적 반등」요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
◆체감경기는 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인가
체감경기는 고용의 문제다. 실업자가 140만명대로 내려갔지만 공공근로등 요인을 빼면 민간고용창출은 아직 미미하고 따라서 체감경기도 냉랭할 수 밖에 없다.
지표_체감경기의 격차는 투자가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우선 양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투자동향은 신규고용을 창출할 만큼 정상화하지는 못했다. 남아있는 인력으로도 공장을 돌리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의 질적 변화다. 최근 투자는 초점이 생산능력확충 보다는 물류개선, 전산·자동화등 확충에 맞춰져 있어 과거처럼 고용창출효과는 크지 않다는 점이다. 재경부관계자는 『기업들은 일단 마모된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며 고용은 그 다음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며 『더이상 「투자=고용」이란 항등식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도 『76%대의 가동률이 80% 수준에 도달해야 기업들이 본격적 생산능력확충에 들어갈 것이고 고용문제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대응은
추가부양책의 필요는 없어졌지만 아직 투자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진정책을 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전달과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해 7월에도 금리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나이스 IMF아태국장도 최근 『금리를 올릴 만큼 투자가 정상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투자의 속도가 정부의 경기대응폭을 결정할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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