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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언로막힌 與 '선거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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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언로막힌 與 '선거구제'

입력
1999.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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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의원회관의 국민회의 모 중진의원 방. 몇몇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정가의 핵심 관심사항인 중선거구제 채택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의원이 갑자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중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보다 돈이 더 들 테니 두고 보라. 일찌감치 옆 지역구도 챙겨야지, 되도록이면 1등 될려고 신경써야지 정말 골치가 아프다. 지역당 탈피 명분은 좋지만 과연 잘 되겠느냐. 내놓고 말도 못하겠고, 대통령은 이런 사정을 제대로 아시는지 모르겠다』

이 얘기는 이 중진의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상당수 국민회의 의원들 사이에서 일상처럼 오가는 대화이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소선거구제를 고수하는 다른 당 의원들에게 『계속 버텨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다닌다고 한다.

상황이 이쯤되면 문제가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이 사안 하나에서 여권의 고질병들을 총체적으로 짚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권의 언로(言路)에 이상이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 의원들에게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지도부에 전달하려는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핵심부는 혹시 자기 논리의 벽에 갇혀 집안 식구들의 얘기조차 귀담아 듣지 않는 건 아닌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총재의 공천권이 의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중선거구제에 그렇게 문제가 많으면 허심탄회하게 지도부에 얘기를 좀 해 보지 그러느냐』는 물음에 의원들이 하나같이 『공천은 어떻게 하고』라고 반문하는게 그 반증이다. 여권이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내건 중선거구제 논의가 이처럼 여권의 비(非)개혁적 행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건 분명 아이러니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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