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양당3역회의 설전 -특별검사제 도입 문제가 공동정권에서 두 여당의 역학관계와 맞물리면서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특검제를 둘러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이견은 여름정국에서 여권내부의 주도권을 겨냥한 신경전으로 비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양당은 29일 아침 3역회의를 통해 특검제 도입문제를 다룬 뒤 논의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회의에선『정국을 풀어볼 의지가 있느냐』는 자민련 강창희(姜昌熙)총무의 불만도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후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총장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야당의 자세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마냥 양보할 수는 없다』면서『자민련도 지금까지 공식적인 자리에서 타협안을 제시한 일이 없었다』고 말해 양측이 상당한 설전을 주고 받았음을 짐작케 했다.
겉으로 양당의 이견은 제도에 대한 시각차이지만, 속내에서는 정국수습책, 공동정권내 역할에 대한 입장차가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자민련에선 일련의 위기국면이 고급옷로비의혹에서 시작한 만큼 매듭풀기도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태준(朴泰俊)총재도 이같은 방향 해법에 수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회의는 옷사건은 검찰수사로 일단락됐을 뿐아니라『이미 잊혀진 얘기』(손세일·孫世一총무)라는 시각마저 있다.
검찰조직의 반발문제와 관련해서도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는 인식의 대립이 있다. 직접 국정을 담당하고 있는 국민회의는 제한적 특검제 도입을 결정한 것만으로도 큰 부담을 갖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국민회의에선 자민련측이「제2사정설」등과 관련, 검찰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자민련에서도 국민회의가 옷사건문제를 기피하는 것은 대통령의 최측근까지 의혹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형편이다.
보다 근본적인 시각차는 정국 수습의 방법을 놓고 빚어지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발언이 나온 것으로 큰 부담을 느끼면서 공격적인 정국운영을 통한 국면전환을 노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특검제 법안의 단독처리를 내세워 야당측을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개혁 문제와 연계해 야당과의 빅 딜을 추진한다는 게 큰 복안이다.
반면 자민련측은 국면 전환의 과정에서 중재자로서의 존재가치를 한껏 내보이겠다는 자세다. 자민련은 이를 위해 여야를 넘나들면서 타협을 주도하는 움직임을 계속할 전망이다.
양당이「특검제 이후」정국주도권을 노린 물밑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여권이 대열을 회복하는 데도 우여곡절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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