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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제, 미국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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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제, 미국과 한국

입력
1999.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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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검사제 도입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는 물론 공동여당간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검제를 전면도입하여 장관부인 옷로비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국민회의는 파업유도 의혹에만 한시적인 특검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자민련은 1년 한시의 특검제와 옷로비 사건을 포함시키는 중재안을 내놓았으나, 29일 공동여당의 당3역 회의에서도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검찰간부의 파업유도 발언등 잇단 불상사로 곤경에 빠져 침묵해 온 검찰은 「특검제 도입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반대의견을 공식화했다. 그 보고서는 특검제가 마치 만병통치약인것 처럼 생각하는 인식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그동안 검찰이 국민을 실망시켜 온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심기일전하여 소임을 다하겠다』는 다짐까지 끼워넣고 있다.

한 판사도 특검제 논의에 뛰어 들었다. 서울북부지원 정진경검사는 법원의 통신게시판에 「특검제에 관하여」라는 글을 올려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제3의 기관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특검제는 여론에 의해 무리한 수사나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하고, 앞으로는 재정신청제도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4년 도입된 재정신청제도는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장치로 특별검사를 임명할수 있는 제도인데, 73년 수사기관의 인권침해행위로만 대상범죄가 축소됐다.

우리가 특검제 문제로 이처럼 시끄러운 가운데 미국에서는 특검제가 법률존속기간 만료로 오늘(30일) 페기된다. 미국의 특검제는 72년 워터게이트사건을 수사하던 특별검사가 닉슨대통령에 의해 해임되고 법원이 임명한 특별검사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후 78년 제정됐으며, 대통령 부통령 장관 연방판사 연방수사국장 등 49개 고위관리직의 비리나 권력남용에 대해 조사해 왔다.

미국 의회가 특검제를 더 연장하지 않기로 한것은 여야가 참여한 특검제연구위원회가 페기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별검사가 휘두르는 권력남용은 갖가지 부작용을 일으켜 특검제의 대상이 된 피고에게 모든 피의자에게 인정되는 보호장치를 인정하지 않아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을뿐 아니라 예산과 시간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4년동안 4,000만달러를 쓰며 클린턴대통령의 스캔들을 추적해 온 스타검사는 그의 철저한 직업의식과 용기에 대한 찬탄과 함께 특검제에 대한 회의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미국의 특검제 페기와 우리나라의 특검제 도입은 별개의 문제다. 미국 의회는 특검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기에 이 법을 제정했고, 이제 그 법의 부작용이 필요성을 능가한다는 판단에서 이 법을 페기했다. 우리는 오히려 미국이 특검제를 필요로 했던 상황을 참고로 하면서 특검제 전면도입을 준비하는 것이 옳다. 특검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우리나라에서 케네스 스타같은 지독한 특별검사를 겪은후에 해도 늦지 않다.

검찰이 본능적으로 특검제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은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몰골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앞으로는 심기일전하여 소임을 다하겠다』는 말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것을 검찰 자신도 인정할 것이다.

그것이 검찰만의 잘못때문이었느냐는 항변은 일리가 있고, 또 검찰의 각오만으로 검찰의 독립이 이루어질수 있느냐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당장 뼈아프고 모욕감을 견딜수없더라도 특검제를 받아들여서 독립을 촉진하는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특검제 도입은 당장 입에는 쓰지만 좋은 약이 될 것이다.

김대중대통령도 자신이 야당시절에 왜 특검제를 그토록 열렬하게 주장했고, 대선에서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가를 돌아봐야 한다. 막상 집권해보니 특검제에 문제가 많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더라도 혹시 통치를 좀더 용이하게 하기위한 의도가 섞여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을 장악하려던 전 정권들의 욕심이 얼마나 허망했던가를 생각한다면 특검제를 주장하던 마음으로 좀 더 쉽게 돌아갈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사주필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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