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은 29일 국세청이 대대적인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하자 그룹의 사활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그룹 고위관계자들은 특히 회계장부 압수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사태수습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들은 갑작스런 세무조사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밤늦게까지 각종 정보채널을 총동원했다.특히 청와대의 재벌개혁 의지표명이 있은 다음 날 세무조사가 실시된 것을 크게 우려하면서 세무조사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룹관계자는 『특별세무조사를 받게된 입장에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세무조사가 그룹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한진그룹은 다른 그룹도 세무조사에 포함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다 한진그룹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였다.
자금부 관계자는 『세무조사에 동원된 국세청 직원 150명이 한진해운등 그룹 4개 계열사에 와 장부를 압수해 갔다』며 『세무조사 규모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기습적인 세무조사 소식에 일손을 놓은 채 사무실에 모인 직원들도 어두운 표정이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4월 경영진 교체등 회사의 자구노력을 『두고보겠다』던 청와대의 편치않은 심기가 이번 세무조사로 표면화한 것이 아니냐며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대한항공 직원들은 안전운항 결의대회등으로 회사 전체가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결의를 다지고 있는 마당에 세무조사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재계는 한진그룹의 세무조사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의 「재벌길들이기」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며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등 경제단체와 현대 삼성등 주요 그룹들은 세무조사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재계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재계는 이번 세무조사 배경을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우선 한진이 잦은 항공사고로 국가이미지를 실추시킨데다 핵심업종 중심의 구조조정마저 부진해 「괘씸죄」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는 개혁과 구조조정이 부진한 재벌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시각이다. 삼성자동차를 비롯, 발전설비와 유화부문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이 아직도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정부가 「시범케이스」로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재계일각에선 청와대가 28일 재벌들의 제 2금융권 장악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이어 한진세무조사까지 터지자 재벌들이 정부의 국면전환용 카드로 쓰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역대정권이 출범하거나 정국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재벌이 정부 비판을 할 때마다 「재벌때리기」로 속죄양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단골메뉴였다』며 『한진사태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강도높은 재벌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 신재벌정책이 7월에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