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빠져 나가는 여행객들로 공항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반면 대다수 국민들은 여름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밝혀 대조를 보이고 있다.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는 연일 해외로 나가려는 여행객들이 각 항공사창구마다 기다랗게 줄을 서고 있다. 번잡스런 휴가철을 피해 미리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려는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의 배낭여행까지 가세하고 있다.
휴가의 절정기인 7월15~8월15일 한달간의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여행지인 미주 유럽 동남아 호주권 등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항공권은 대부분 매진됐으며 항공편별로 대기예약자들이 20∼30%에 이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도쿄 오사카 등 일본노선과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주노선, 파리 로마 등 유럽노선, 호주 뉴질랜드 등 대양주노선이 1개월전부터 예약이 끝난 상태다. 이로인해 이 기간중 휴가철 해외 항공권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62만2,000여명이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 여행객이 작년보다 20% 가량 늘어나는 등 IMF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이다.
하지만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에게는 이같은 행태가 남의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난다고 하지만 국민 10명중 7명은 올 여름휴가 여행을 못간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9일 발표한 전국 20세 이상 기혼남녀 985명을 대상으로한 여름휴가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2%가 올 여름휴가 여행을 가지 않기로 했다. 특히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80%이상이 여름휴가를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해 조사 당시의 72.4%와 거의 같은 수준이나 지난 96년과 97년의 52.7%와 57.4%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것이다.
연구원은 이에 대해 최근 경기와 소비가 회복국면에 있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품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여가나 레저로 인식되는 휴가여행까지는 아직 회복세가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또 작년도 조사와 비교할 때 월평균 150만원 기준으로 그이하의 계층은 휴가계획이 없는 가구가 늘어난 반면 그 이상의 계층에서는 줄어드는 등 소비의 양극화현상이 뚜렷했다.
휴가예정지와 관련, 지난 96년 조사에서 7.5%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올해에는 단 1.1%만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나머지 98.9%가 국내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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