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시 자신도 모르게 국제전화로 연결돼 엄청난 전화요금을 부과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로 러시아나 미국 등에 개설된 음란사이트에 접속한 이용자들이 이같은 피해를 겪고 있으며 심지어 100만원 이상의 전화요금이 부과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서울 여의도에 사는 정모씨는 지난 3월 16만원 가량의 국제전화요금이 부과된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단 한번도 국제전화를 사용한 적이 없던 정씨는 전화국에 통화내역을 의뢰해본 결과 러시아와 미국 등에 10차례에 걸쳐 통화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는 답신을 받았다.
정씨는 전화국 교환기가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통화내역을 정밀히 검색해본 결과 인터넷을 사용하던 도중 갑자기 국제전화로 연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초 광주에 사는 박모씨는 100만원의 요금이 부과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28일 한국통신에 따르면 이들 경우처럼 시내전화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국제전화로 연결되는 바람에 피해를 보았다는 신고가 지난해초부터 지금까지 무려 50여건 접수됐다. 특히 금년들어 피해사례가 대폭 늘고 있다는 게 한국통신의 설명이다. 한국통신은 신고나 문의를 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면 유사한 피해자가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이 인터넷 사용시 국제전화 요금이 부과되는 것은 해외 일부 인터넷 사이트 업체들이 국제간 정산료 차익 분배를 목적으로 자신의 사이트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에게 국제전화로 연결되도록 원격제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접속번호나 사이트를 수시로 변경, 추적을 불가능하게 하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통신은 유사한 피해가 속출하자 큰사람컴퓨터㈜와 함께 국제전화 연결방지 프로그램을 개발, 이날부터 무료 배포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에 연결된 모뎀을 검색해 국제전화에 연결되면 「지금 ×××번으로 국제전화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전화를 연결할 것인지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사용하려면 PC통신 자료실에서 「safedial 1.99」프로그램을 무료로 내려받아 자신의 PC에 설치하면 된다.
한국통신 인터넷상품팀 이규홍(李圭鴻)부장은 『문제가 발생한 사이트들이 대부분 음란사이트인 만큼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검색을 자제하는 것이 이같은 피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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