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뉴욕의 맨해튼식 고급아파트들이 서울시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부유층의 팽창이 가져오는 당연한 흐름이다.그러나 건설회사들의 분양방식을 보면 건물만 맨해튼식 고급일뿐 그에 상응하는 상류층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를 비공개로 분양하는가 하면 변칙거래로 절세 아닌 탈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국내 최고급으로 짓는다는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 팰리스」 66층 꼭대기층에는 125평짜리 팬트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삼성은 분양가격 20억원 수준인 이 팬트하우스를 살 경우 호화주택(전용면적 74.5평 이상)에 해당되어 취득세가 일반주택보다 5배 많은 2억원정도나 되는 것을 막기위해 절묘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사실상 1가구인 집을 92평짜리와 33평짜리 2채로 나눈 후 2채를 한꺼번에 분양, 취득세를 4,000만원정도만 내도록 배려한 것이다. 나중에 벽만 제거하면 1가구로 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결과적으로 1억6,000만원을 「절세」하도록 한 것인데, 이것은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이다.
이것이 절세냐 탈세냐를 놓고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 형식적으로만 2채일뿐 사실은 1채로 팔고 있는 것이니 편법분양이 확실하고, 편법을 이용한 탈세임이 분명하다.
사실 이만한 팬트하우스를 사려는 사람들이라면 취득세 2억원정도는 내야한다. 분양회사가 세금 1억6,000만원을 깎아주려고 꾀를 낸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중소기업도 아닌 대기업이 이런 식으로 나와서는 안된다.
수백세대에서 천여세대에 이르는 대단위 아파트를 비공개 계약방식으로 분양하는 것도 문제다. 이 아파트들은 대개가 주상복합으로 지어지고 있어 주택건설촉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임의분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수층을 겨냥한 분양 신청서 발송등으로 비공개 분양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분양이 언제 마감됐는지도 모르는 채 주인이 정해져 버린다. 이같은 「몰래 마케팅」은 부유층 사이에서조차 공평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을 정도다. 부유층사이에서 평판을 얻으면 금세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분양 기회를 주었다는 것 자체가 「특혜분양」이 될 수 있다.
타워 팰리스의 경우 분양가구가 1,329가구이고 대우의 「트럼프 월드」는 258가구인데 둘 다 몰래분양을 택해 인기를 누렸다. 앞으로 주상복합 방식의 고급아파트 건설이 더욱 확대될 것에 대비하여 정부는 일반분양의 적용을 받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위법이 아니다』라는 정부와 기업의 주장은 한심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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