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의 노사가 올해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 개정을 놓고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임단협이 지난달 7일 시작됐으나 노사 입장차가 큰데다, 협상이 개별 은행의 경영사정을 감안하지 않은채 과거방식인 「공동교섭」으로 진행되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빛 조흥 서울 제일 외환 국민 주택 신한 평화 등 9개 은행의 행장, 노조 및 금융노동조합연맹(금융노련) 대표는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6번째 대표자교섭회의를 가졌으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들은 30일 오후 다시 모임을 가질 예정이나 협상 타결은 불투명하다. 이에 앞서 각 은행 부행장과 노조 부위원장 등이 참석, 주요 쟁점을 사전 조율하는 실무교섭회의는 9번이나 열렸다.
금융노련에 협상을 위임한 각 은행 노조의 올해 요구사항은 통상임금의 5.5% 인상 등 30여가지. 이 가운데는 노동시간의 단축, 각 100억원 규모의 노조재정자립기금 출연, 중식·교통비의 통상임금화, 입행과 함께 은행 노조에 자동 가입되는 유니온 숍 제도 도입 등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수천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상당폭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곳도 있는 등 은행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경영사정이 올 임단협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각 은행의 경영사정을 무시한채 임금인상폭 등을 동일하게 정하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라며 『임금부문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노사간 입장차가 큰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노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은행별 경영사정은 다를 지 몰라도 노동조건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경영이 어려운 은행은 임금인상안이 공동타결된 후 일부를 자진반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통상임금 5.5% 인상 등 노조의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줄 경우 실질적인 임금인상폭은 두자릿수에 달한다고 판단, 내부적으로 「수용불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올 임금인상 요구선(5.5%)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합한 것으로, 한국노총의 지도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금융노련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임단협이 타결되더라도 각 은행은 연봉제 도입 등을 놓고 개별 노사협의를 진행해야 할 형편이어서 노사간 진통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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