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갈길 먼 은행선진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갈길 먼 은행선진화

입력
1999.06.29 00:00
0 0

28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 회의실. 한빛 국민 신한은행을 비롯, 조흥 서울 제일 외환 주택 평화 등 9개은행의 행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금융 구조조정 1년을 평가하거나 은행간 협력을 다지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올 임금인상폭 등을 협의하기 위한 모임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7일이후 6번째다.IMF체제 이후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은행장이 직접 나서 매번 적게는 3~4시간씩, 많게는 10시간 넘게 협상에 매달렸지만 별반 진전이 없다. 『살인적인 노동강도 우리 직원 다 죽인다』『은행원 다 죽이는 2차 합병기도 즉각 중단하라』 회의장 입구에 내 걸린 피켓의 문구에선 비장감이 감돌았지만 회의는 그렇게 뜨겁지도 않다.

『어차피 이번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개별협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회의장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직원의 말이다. 기업 구조조정등으로 업무시간을 쪼개써도 모자란 은행장들이 최종 결론을 맺을 것도 아닌 회의에 모두 모여 사실상 하루를 허비하고있는 것이다.

5개 은행의 퇴출로 「은행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진 지 오늘(29일)로 만 1년. 은행권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속에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31조원의 혈세를 지원받은 은행들이 진정한 영리기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은행들은 지난 1년간 많은 변화를 시도해 왔다. 1인당 자산이나 수신이 선진은행 수준으로 높아지는등 경영지표들도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결론도 없는 회의에 전 시중행장들이 하루종일 자리해야 하는 금융권의 비효율이 관행처럼 자리하고 있는 한 은행의 진정한 개혁은 아직 멀었다.

/정희경 경제부기자 hkj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