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크리스테바(58)는 「사랑의 역사」 등 저술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세계적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 그러나 그가 소설도 몇 편 쓴 작가라는 것은 사실 잘 알려져있지 않다. 「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민음사 발행)는 그의 세번째 장편소설로 96년 작이다.이전 크리스테바의 소설 「사무라이」 「노인과 늑대들」 등이 자전적 내용이었다면 「포세시옹 …」은 추리기법을 사용한 전형적 심리소설이다. 크리스테바는 이탈리아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와의 교류를 통해 「추리소설이 다가올 세기의 글쓰기 형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크리스테바는 이 소설에서 여성의 고통, 특히 모성(母性)의 고통을 탐색한다. 가상의 도시 산타 바바라에서 촉망받는 번역가였던 글로리아라는 여자가 목이 잘린 채 피살된다. 이 사건을 놓고 벌이는 경찰서장 릴스키와 글로리아의 친구인 기자 스테파니가 벌이는 수사와 추리가 줄거리. 사건은 정신병원을 탈출한 연쇄살인범의 짓으로 종결되지만, 스테파니는 진짜 범인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제목 포세시옹(posession)은 「소유」라는 뜻과 함께 신들린 자의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마귀들림」의 뜻도 지니고 있다. 크리스테바는 소설에서 현대사회에서 잠재된 폭력에 신들린 개인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추리소설의 흥미진진함과 함께 이 작품은, 예를 들어 목잘림에 대한 예술적 성찰_다빈치 라파엘 로댕의 미술품_등 진지한 사색의 계기를 제공하면서, 정신분석학자다운 해박한 심리분석, 무엇보다 풍부한 프랑스어의 세련된 문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김인환 이화여대 교수 번역.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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