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금융지배 실상 -재벌의 금융지배가 가속화하고 있다. 재벌, 특히 5대 그룹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따른 구조조정작업을 추진하면서도 금융업에 잇따라 진출, 금융분야의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증권·신용카드업의 경우 5대 그룹 계열의 비중이 50%를 넘어섰고, 생명보험업과 투신업도 각각 40.3%와 30.2%로 집계됐다.
5대그룹 계열 투신사의 수탁액은 5월말 현재 77조원으로 전체(249조원)의 30%를 넘어섰다. 5대그룹 증권사의 수익증권 및 뮤추얼판매 규모도 같은 기간 100조원으로 전체의 40%에 달했다. 재벌 금융회사들이 시중 자금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계 인사는 『재벌 투신사 등으로 몰린 돈은 자금운용과정에서 손쉽게 재벌의 다른 계열사로 흘러갈 수 있다』며 『이들은 고객이 맡긴 자금을 이용해 계열사의 주가 관리 등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익증권 판매과정에서 5대 그룹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면서 증권사가 투신운용사의 판매를 사실상 독점, 투신운용사의 자산운용에 간섭하거나 이들의 매매주문을 독점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아니다. 재벌은 금융업 진출을 통해 자기 계열에 대한 직접 지원은 물론 감독당국의 감시를 피하기위해 다른 재벌과 금융자회사를 통해 교차 지원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대 그룹 금융자회사의 자산규모는 3월말 현재 제2금융권 전체의 34.7%에 달한다. 이같은 비중은 2년전의 22.5%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들의 수신이 은행(신탁포함)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7년 3월말의 4.8%에서 올 3월말에는 13.4%로, 자산비중역시 8.1%에서 14.6%로 각각 높아졌다.
이처럼 재벌의 금융지배가 확대되면 경제력 집중이 심화하는 것은 물론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종국적으로는 한국경제가 5대 재벌의 사활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재벌의 금융지배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세진(金世振)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대 그룹은 이미 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비은행 금융산업에 진출했다』며 『앞으로 제2금융권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금융겸업화가 확대될 경우 2금융권에서 5대 그룹의 비중은 50%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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