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 전 우선 소녀와 소년으로 자란다. 남자아이는 소년으로 자라고, 여자 아이는 소녀로 자란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는 운명이다. 그런 운명 속에 소년은 소녀를 만난다. 소녀도 소년을 만난다. 그 시기에 어느 한 순간처럼 빛나는 강을 우리는 사춘기라고 부른다. 그 강을 건너 소년과 소녀는 어른이 된다.여기 그 강을 건너는 한 소년이 있다. 누구보다 호기심 많은 소년이다. 자기 또래의 소녀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많고, 어느날 놀러간 친구 집의 소녀에 대해서도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번득인다. 그들의 몸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또 그들의 마음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그 시기의 소년에게 이 세상에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이미 열네 살 때 그의 시선은 늘 15도 내지 30도 아래로, 저만치에서 자기 앞으로 걸어오는 모든 여자에게 고정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참 엉뚱하기도 하고 불량하기도 하다. 하는 짓마다 그렇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열일곱 살 때 그는 이미 몸도 마음도 어른 세계의 모든 선을 넘어버린다. 그런 한 소년의 아슬아슬한 체험을 그때의 시각 그대로 소년의 입을 통해 말해보고 싶었다.
그는 왜 세상 여자들에 대해 궁금한 것이 그토록 많았으며, 또 왜 그토록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는지. 13세의 아침에서 19세의 아침이 되기까지 그의 몸은 어떻게 성장하고, 그의 마음은 또 어떻게 성장했는지.
다시 길을 떠나보내며 작가로서 나는 그에게 아픔과 슬픔조차 유쾌하게 말할 기운을 주었다. 내가 준 그 기운으로 그가 새기고 싶어하는 것은 그 나이의 위험하고도 불운한 판화일 테지만, 그러나 내가 믿는 것은 그 불온함의 건강성일 것이다.
/소설가·창작집 「말을 찾아서」, 장편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등·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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