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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 두번째 소설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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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 두번째 소설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입력
1999.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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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36)이 변하고 있다. 첫 창작집 「인간에 대한 예의」 이후 5년만에 낸 두번째 소설집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창작과비평사 발행)에는 그 변화의 모습이 뚜렷하다. 결코 잊지 못할 80년대라는 시절과 90년대적 페미니즘이라는 양축을 공지영 문학의 상표처럼 만들었던 베스트셀러 장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등과는 확연히 다른 내용과 문체를 이 소설집은 보여준다. 그의 주제는 90년대 우리 사회의 현실에 단단히 발붙이고 있고, 문장은 확실히 정련돼있다.『이제야 (문학적) 사춘기를 벗어난 느낌입니다』

공씨는 두번째 작품집을 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존재는…」에는 모두 7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다. 교육현장의 비리를 신랄하게 고발한 「광기의 역사」,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주부의 심리를 다룬 「고독」, IMF시대 해고된 직장여성의 모습을 그린 표제작 등. 이것들은 모두 지금의 문제들이다. 90년대를 사는 386세대의 자화상이 공씨의 이번 작품집에서만큼 뚜렷이 드러난 경우도 최근 우리 소설에서는 드물다. 개인내면 탐구나 문체미학 추구에 빠졌던 90년대 한국문학이 그만큼 현실과 유리돼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씨는 『소설 본연의 임무, 「그래, 우리는 이런 문제가 있어」하는 문제의식에서 다시 출발하는 기분으로 썼습니다. 그 문제들을 모아놓으니 마치 모듬회 같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한 시절을 정리했다는 의미가 큽니다』고 말했다. 그의 「정리」는 단편 「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에서 시작된다. 「80년대의 진원지」를 찾아간 여주인공은 산도 없고 새도 없고, 단독주택도 없이 아파트만 덩그렁하고, 결국 혁명은 없고 죽은 레닌만 있는 모스크바를 본다. 그럼 그는 애당초 모스크바행에서 무엇을 찾고자 했던 것일까.

『왜 그렇게 80년대에 집착했던 것일까, 그것은 내가 지향하는 「진보」의 싹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386세대는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지요』 「모스끄바에는 …」에서 이 세대는 영원히 외롭고, 영원히 이해받지 못할 세대로 묘사된다. 작가는 그럼 왜 소설을 썼는가. 「외로워서 썼어. 다들 어디 있니? 우린 그땐 이렇게 힘찼잖아, 우린 그때 실망하지만도 슬퍼하지만도 않았잖아. 그런데 다들 어디 있니, 그런 말이 하고 싶어서 쓴거라구」. 하지만 작가는 쓰고 나니 더 외로워지더라고 말한다. 이번 작품집에 실린, 명성과 매스컴에 휘둘려 몰락해가는 민중화가의 모습을 희화적으로 그린 단편 「진지한 남자」는 바로 작가 자신이 모델이기도 한 작품이다.

『이제 386세대는 다시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현실과의 접점을 찾는데 있지 않을까요』 공씨는 「먹고 사는 문제」에서부터 다시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서 내게 남겨진 유일한 진실은 내가 가끔 울었다는 사실뿐」이지만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말하지 않는다면, 영화든 소설이든 철학이든 난 안 믿어」.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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