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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민주화와 公人의식

입력
1999.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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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선언은 우리나라 민주화역사에 큰 분수령이었다. 그것은 87년 6월의 치열했던 민주화항쟁의 소중한 결실이었다. 우리 국민이 6·29선언을 통해 얻어낸 것은 대통령 직선제만이 아니었다. 6·29선언은 민주화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독재와 전제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선언이기도 했다.정치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의 대의(大義)가 존중되고 신장돼야 함을 6·29선언은 잘 알려주었다. 6·29선언에 대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은 서로 자신이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6·29선언은 6·10항쟁이라는 민주화대투쟁의 산물이었다. 진정한 6·29선언의 주도자는 국민이었던 것이다.

6·29선언 19주년을 맞으며 살펴 보면 그동안 민주화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렵다.우리는 아직도 민주화의 겉과 속이 다르고 명분과 실제가 판이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념과 가치로서의 민주화는 화려하지만 실생활에서의 실천과 이행은 딴판이다.

정치행태는 여전히 국민의 분노와 실망을 넘어 염증과 무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경제 교육 문화부문에서도 민주화의 대의는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선진외국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민주화는 실생활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토론과 협의를 거쳐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며, 공정한 게임의 룰을 확립해 이를 지켜나가는 일일 것이다. 이 시대의 민주화는 과거처럼 집단시위나 농성투쟁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민주화투쟁에서 승리한 경험은 아직도 이런 집단행동에 대한 미련과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민주화시대에 살면서도 이 시대의 민주화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그것을 어떻게 성취하고 가꿔가야 하는가를 잘 모르고 있다. 특히 부족한 것은 공공의 행복과 질서를 존중하는 의식이며 자신이 맡은 분야의 일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자세이다.

역대 정권은 국민들의 의식을 개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회정화운동이나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 윗물맑기운동, 제2건국운동과 같은 캠페인은 모두 부정과 비리를 추방하고 우리 사회를 민주적이고 살만한 사회로 만들어보자는 사회개조운동이었다.

그런 운동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근본적으로 윗물이 맑지 않았기 때문이다. 윗물부터 민주화의 대의에 충실하지 않은채 겉과 속이 다르게 살면서 공공의 행복보다 자신들의 부귀와 안녕을 우선시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운동이나 캠페인도 성공할 수 없다.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선언한 노태우 전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가방을 들고 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손에서는 가방이 사라졌고 보이지 않는 가방에 비자금을 챙겨 넣은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최고통치자의 공공의식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고가옷 로비의혹사건이나 손숙 전환경부장관의 격려금 수수사건, 검사가 대낮에 폭탄주를 마시는 행태등은 모두가 공공의식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이 국민들로부터 용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공인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경찰청장의 동생이나 장관의 부인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화를 완성해 우리 사회를 살만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층부부터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공공의식이 투철한 지도자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제대로 된 사람들이 저마다 알맞는 자리에 앉아 나라를 이끌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기르고 부단히 검증하는 체계적 시스템이 사회 각 분야에 고루 갖춰져야 할 것이다.

/임철순 편집국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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