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늦었지만, 일본의 메인스타디움 못지않은 기념비적 경기장을 만들겠습니다』월드컵 경기장 건설본부장겸 현장사무소장 송도헌(宋導憲·56·삼성엔지니어링 상무이사)씨. 일본측을 따라잡을 「구원투수」로 지난달 삼성측에 의해 긴급 투입돼 부임한지 한달밖에 안됐지만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친다.
초대형 건축시공 분야의 국내 최고수로 꼽히는 그는 18년간 국내외 건설현장을 누벼 온 영원한 「현장 소장」. 81년부터 국내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현장 소장」만을 지내 온 그는 이번 경기장건설을 일본측과 벌이는 제2라운드 대결로 보고, 모든 정력을 쏟고 있다.
그가 일본측과 벌인 첫번째 경쟁은 세계최고층(높이 453㎙)의 쌍둥이 타워빌딩인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시티센터(KLCC) 건설. 94년3월 이 건물의 한 동씩을 각각 일본의 하지마사와 삼성건설이 수주, 똑같은 설계도면과 현지 인부들을 데리고 경쟁을 벌인 결과 일본측을 멋지게 눌렀다. 당시 일본측보다 시작이 35일 늦었지만 인부들을 맨투맨식으로 독려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 일주일 먼저 공사를 끝냈다. 41층 177㎙높이에서 두 동의 건물을 브리지로 연결하는 「스카이 브리지」공사도 완벽하게 마쳐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말뚝」 현장소장 이력서에는 이같은 굵직굵직한 건물들로 채워져 있다. 81년 건설 현장소장으로 첫 부임한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바의 스포츠 콤플렉스를 비롯, 용인자연농원, 삼성본관, 삼성의료원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현장소장은 외롭고 고단한 「야전사령관」이다. 85년 리비아에서 건설중인 16층짜리 종합병원이 구조적인 문제로 금이 가 뒤늦게 「소방수」로 현지에 보내졌을 때의 일이다. 소장을 「왕따」시키며 끊임없이 술판을 벌이고 태업을 일삼는 인부들과 함께 소주잔을 들었다. 금이 간 건물옆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집무를 보면서 직원들을 설득했다. 대부분이 독신인 인부들과 융화하기 위해 몸소 가족들을 고국에 둔 채 홀로 지냈다. 지금 이 건물은 리비아의 명건축물로 꼽혀 우표에도 등장한다.
「현장 소장」 인생을 살다보니 집을 비우기 일쑤. 그런데도 함께 놀러 한번 가지 못한 외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업을 잇겠다며 건축학을 전공, 대견스럽기 그지 없다. 그는 2001년 월드컵경기장을 완공한 뒤 건축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20년간의 현장 소장경험을 책으로 낼 계획도 갖고있다.
『96년 1월14일 오후 7시55분 KLCC의 마지막 첨탑 콘크리트공사를 일본측 보다 먼저 마친 뒤 직원들의 헹가레를 받으며 「서울의 찬가」를 부를 때의 그 감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월드컵 경기장을 일본인도 부러워하는 생의 마지막 명작품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일요일에도 집에 있는 팩스를 통해 건설현장의 모든 사항을 꼼꼼히 챙기는 그의 다짐이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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