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는 언더 그라운드 가수로 활동했고, 음악이 좋아 PD가 된 SBS 윤인섭(46)부국장. 현재 그는 국내 시트콤 선풍의 진원지이자 붐 조성자로 자리잡고 있다.SBS 탄현 제작본부 3층. 그는 7월의 새 프로그램 구상을 메모하느라 온통 정신이 팔려있었다.
『PD는 시청자의 감각보다 다섯발쯤 앞서가야 합니다. 너무 앞서가면 이해 못하고 늦으면 진부하니까요』 93년 그 누구도 시트콤에 대한 엄두를 내고 있지 못했을 때 윤PD는 우리나라의 첫 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을 탄생시켰다. 이후 「오경장」 「좋은걸 어떡해」 「아빠는 시장님」 「LA아리랑」에서 최근 「순풍 산부인과」 에 이르기까지 SBS의 모든 시트콤은 그의 손을 거쳤다.
『실패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새롭고 신선한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습니다』 시트콤만 그가 개척해낸 장르는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내는 연출가로 방송가에서 정평이 나 있는 윤PD는 대학시절 부터 남달랐다.
『경희대 신방과 시절 노래가 좋아 전인권 선배랑 많이 어울렸지요』 가수는 「딴따라」라고 비하되고 트로트와 포크가 가요계를 휩쓸 던 시절 그는 언더 그라운드 활동을 했다.
78년 TBC에 입사, 「쇼쇼쇼」 AD를 거쳐 80년 방송사 통폐합으로 KBS로 자리를 옮겼던 그는 생방송 「젊은이의 행진」 연출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젊은이 위주의 버라이어티쇼는 시청자에게 생소한 장르였지만 그는 멋지게 이를 소화했다. 이어 전문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백댄서 그룹 「짝궁들」을 결성, 이 프로에 투입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공개코미디 「쇼 비디오자키」 역시 그의 작품. 당시로선 파격적인 생동감있는 진행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스리랑 부부」의 김미화 김한국, 「도시의 천사들」 의 임하룡 김정식, 「동물의 왕국」의 심형래가 바로 이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대스타들이다.
90년 SBS로 옮겨 내놓은 작품이 바로 시사코미디.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풍자, 시청자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 준 「코미디 전망대」는 당시 장안의 최고 화제였다.
코미디에 리얼리티를 가미하고 싶은 욕구에서 만든 것이 바로 시트콤이다.
『「오박사네 사람들」 은 일상사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자는 생각에서 만들었는데 사회적 흐름과 맞아 떨어져 성공했어요』 큰 실패를 경험한 다른 PD와 달리 윤PD는 자신이 맡은 프로 대부분을 성공으로 이끈 운좋은 사나이이기도 하다.
『운이 좋았어요. 연출 21년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젊은이의 행진」 녹화중 배철수가 노래 부르다 감전 사고를 당한 겁니다』
그의 연출관은 간단하다. 『사람들 마음에 항상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프로를 만들면 됩니다』
자신이 연출했던 프로그램이 방송위로부터 한번도 경고받지 않은 일도 예능PD로선 매우 드문 일이다.
이제 그의 또다른 프로젝트는 방송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40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지나치게 10대에 의존한 프로가 방송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대중문화는 다양할 때 생명력을 갖고 발전할 수 있지요. 중년층을 위한 근사한 프로를 만들겁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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