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든 「세계 최고」 「세계 최초」를 좋아한다. 「아시아 최고」 「아시아 최초」라도 돼야 명함을 내밀수 있을 정도다. 60·70년대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다 보니 정부나 공공기관 등이 앞장서 성과를 과대 포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서울 송파구청이 25일 성내천 둔치에 개장한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은 정말로 의미있는 동양 최초의 장애인 복지시설이다.■이날 개장기념 경기인 서울맹학교와 청주맹학교간 시합에는 장애인가족 등 1,000여명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응원을 해 관중들이 모두 감동했다고 한다. 또 시각장애인들과 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공통적인 관심거리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돼 더욱 뜻깊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축구경기는 경기방식이 특이해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경기는 사이드라인에 높이 1.1㎙의 보호벽이 마련된 가로 38㎙, 세로 18㎙(207평) 규모의 인조잔디 구장에서 진행됐다. 골문은 폭 3㎙,높이 2㎙로 시각장애인 선수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 보호대로 감싸고 있다. 팀은 골키퍼 1명과 공격·수비수 4명 등 5명으로 구성됐고 하프라인에서 팀을 이끄는 감독과 상대방 골문가이드·골키퍼가이드 등 3명이 장외에서 경기를 도와줬다. 경기시간은 전·후반 각 25분이었다. 핸드볼 크기의 공은 구를 때 소리를 내 시각장애인 선수들이 공의 위치를 알 수 있다.
■1억8,000여만원이 들어간 송파구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 개장은 생계구호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 장애인들이 운동경기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 줬다. 일반인들도 경기를 관전하고 응원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자치단체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 장애인복지에 앞장서고 있는 송파구에 박수를 보낸다. /박진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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