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여노선이 냉탕·온탕을 어지럽게 오가고 있다.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이부영(李富榮)총무 등 당 지도부가 일부 강경파 초·재선 의원과 부총재 그룹에 휘둘려, 하룻밤새에 스스로의 유화론을 허물고 강경론으로 원점회귀하는 등 널뛰기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이총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對)국민 사과발언이 있던 25일 확대당직자 회의에서 『당이 정쟁에만 치우치는 인상을 보여선 곤란하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읽고, 필요할 때는 건실한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해 대여관계 변화가능성을 농밀하게 시사했다. 이총무도 이총재의 「지침」을 좇아, 당직자 회의 뒤 열린 3당 총무회담에서 제 205회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순순히」합의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26일 이총재의 온건기조선회 움직임은 강력한 당내반발에 부딪쳤다. 일부 초·재선과 부총재들이 『진심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김대통령의 사과 한마디에 먼저 몸이 달아 대여기조를 바꾸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특별검사제와 국정조사 협상을 매듭짓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일정 합의는 있을 수 없다』며 총무간 합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총재는 『당직자회의 발언이 확대해석돼, 우리당이 견지해온 입장이 상당부분 바뀌는 것으로 잘못 비쳐지고 있다』며 도리어 「시각교정」을 요구했다. 『특별검사제 전면실시와 국정조사 병행이라는 기존 당론에 전혀 변함이 없을뿐더러, 대통령의 사과발언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지속적인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굳이 재강조했다. 이총무 또한 『여당이 성의를 보인다는 전제하에 의사일정을 합의해 줬다』고 「해명」한 뒤 『김대통령이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미(訪美)길에 나선다면 의사일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백기를 들어버렸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어떤 이유에서건 당지도부가 노선수정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그에 따른 부담감수는 당연한 것』이라며 『최근의 전략혼조는 당지도부의 의지와 지도력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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