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24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를 전격 공습하면서 한동안 화해분위기가 무르익던 중동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내달 정권을 이양하는 이스라엘의 벤야민 네탄야후 현 총리가 「베이루트 공습」이라는 강수를 둠에 따라 레바논에서의 철군을 약속해 놓은 에후드 바락 차기 총리의 대 아랍 유화정책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발전소와 교량 등 산업기반 시설에 폭격을 감행, 민간인 8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했다. 이번 공습은 시아파 회교 게릴라 조직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휴양도시인 갈릴리 지방에 로켓 공격을 가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이날 밤 또다시 카츄샤 로켓 20여발로 갈릴리를 공격,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베이루트 동쪽 약 10㎞ 지점의 아무르 발전소가 파괴돼 베이루트와 인근 지역은 암흑천지로 변했다. 민간인 거주지역에도 폭탄이 떨어져 상당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또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25일 새벽까지 헤즈볼라의 요새인 동부 발벡과 남부 시돈, 티레 지방을 맹폭했다. 티레는 78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레바논을 침공한 뒤 유엔잠정군이 파견돼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다.
살림 호스 레바논 총리는 즉각 이스라엘의 공격을 야만적인 침략행위로 비난하며 유엔과 프랑스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이 먼저 레바논 남부지역를 폭격, 민간인 거주지 공격을 금지한 96년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공격하기는 96년 대대적인 레바논 공습 이후 3년만이다. 특히 공습명령은 바락 차기총리가 아니라 퇴임을 앞둔 네탄야후 내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정권이양을 앞두고 이스라엘 내부의 강경세력이 아랍권과 차기 정권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네탄야후 총리는 공습 직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정권교체기를 틈타 레바논 북부의 이스라엘 주민을 공격한 것은 중대한 실수』 라고 경고했다.
바락 차기총리는 지난달 총리 당선직후 『1년 이내에 레바논 주둔군을 철수시키겠다』며 평화이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공습직후 『헤즈볼라의 위협이 상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철군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뜻』 이라고 밝혔다. 결국 바락이 집권이후 얼마나 효과적으로 강경세력의 목소리를 포용하느냐가 중동평화의 주요한 관건으로 등장한 셈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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