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정부에서 공직기강 쇄신책으로 내놓은 「공직자 10대 준수사항」탓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중·하위 공무원들조차 3만원이상 경조사비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자 10계명」에 대해 공무원사회에서 『해도 너무한다』며 반발기류가 팽배하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지가 너무 강해 내놓고 반대할 처지가 못되기 때문이다.국민회의는 24일까지만 해도 『정부 방침에 제동을 걸겠다』며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렵지만 감내하자』고 강행쪽으로 못을 박자 난감해진 것이다. 김대통령은 『경조사비는 고질적인 문제』라며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실현시키는데 여러가지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내가 생각해도 사정이 참 딱하지만 그런 사정을 이야기하면 무엇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면서 공무원들의 불만을 「알지만 들어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의 기자간담회 직후 장영철(張永喆)정책위의장은 『국민들의 80%이상이 지지한다』면서 『10계명에 변화는 없다』고 짐짓 정부 결정을 옹호했다.
하지만 당의 속사정은 다르다. 최근 각종 채널을 통해 점검한 결과 공직자 10계명으로 인한 동요가 심각했다. 교사의 정년 단축을 학부모들은 환영했지만 당사자인 교원들은 집권당에 대해 맹렬한 반감을 표시하는 사태로 발전했던 전철을 밟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당의 자체 진단이다. 더구나 최근 공직자 10계명이 시행된 뒤 화환수요가 급감, 화훼농가들의 타격까지 큰 것으로 파악되자 당은 『이러다 「쌍끌이」로 표가 떨어지겠다』며 안절부절이다.
이에 따라 당지도부는 최근 정책위를 창구로 김기재(金杞載)행자부장관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재검토를 강하게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한 손으론 공무원 사기를 진작시키겠다면서 다른 손으로는 회초리를 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