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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지금]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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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지금] 이정재

입력
1999.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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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끝나고 시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아, 이제 끝났구나. 신이여, 정말 내가 이 힘들고 어려운 영화를 찍은 것입니까』라며 홀가분하고 감격스러워했다는 이정재(26)였다.그러나 미국의 스크린쿼터 폐지 압력으로 영화계가 뒤숭숭한 지금. 그는 마치 할리우드 공습에 맞서는 한국영화의 선봉장처럼 돼 버렸다. 공교롭게도 26일 「스타워즈, 에피소드1」과 그가 주연한 「이재수의 난」이 나란히 개봉된다. 『「이재수의 난」에는 할리우드의 만화적 상상력과 테크놀로지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현실적 감동이 있다. 화면에 대한 깊이가 틀리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몇 군데만 사실적인 묘사를 추가했더라면…』

몇 군데란 이재수가 변화하는 시점을 말한다. 장두(민란의 우두머리)로 나설 때, 정신분열을 일으킬 때, 민란에 대해 고뇌하고 회의할 때. 그러나 박광수 감독의 상징과 영상 미학은 부연설명과 자세한 상황설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몫이 컸던 셈. 표정과 몸짓으로 그 모든 것을 표현해야 했다. 고삼봉의 아내(방은진)가 총맞아 죽을 때, 숙화(심은하)를 바라볼 때, 막사 안에서 등불을 바로볼 때, 제주성에 입성할 때, 카메라는 그의 얼굴을 크게 잡았다. 그리고 두번이나 바위에 올라 짐승같은 소리를 질렀다. 『그것으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기도 모르게 돌다 제자리에도 못가는 100년 전의 변방의 민초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재가 배역과 동화하는 방법은 색다르다. 머리를 쥐어짜지 않고 『촬영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다 보면 어느 순간 맡은 인물이 가슴 속으로 쑥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제주 벌판을 숨이 차도록 뛰면서 이재수로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재수의 난」은 배우 이정재의 태도까지 변화시켰다.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방식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연기」를 요구하는 감독의 연출방식이 시야는 넓게, 생각과 감수성은 깊게 만들었다. 역사나 당시 주변국가를 이해하지 않고는 도저히 연기를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힘든 영화를 선택한 것은 『박광수 감독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생 있을까 말까한 기회였고, 사극 속의 이정재를 시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모래시계」의 보디가드 백재희에서 벗어나려 그는 몇번이나 발버둥쳤다. 쉽지 않았다. 배우가 한가지 이미지로 고정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깨닫는 순간 그는 변신하는 배우가 되기로 작정했다. 드라마「달팽이」는 바보같이 순진한 청년, 영화 「정사」는 정통 멜로물의 주인공, 「태양은 없다」는 야비하고 개구쟁이 같은 아웃사이더. 그리고 이재수까지 왔다. 그런 과정을 겪고서야 그에게서 「백재희」 냄새가 사라졌다.

또 다른 변신을 위해 영화 「인터뷰」의 주인공인 영화감독이 되기로 했다. 변혁 감독에 대한 믿음과 영화의 진실과 허구를 짚어보는 독특한 영화의 내용이 흥미를 돋구었다. 그래도 『시나리오 보다는 감독을 보고 작품을 고른다』는 이정재. 그는 애국심으로 「이재수의 난」을 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100년전 얘기지만 조목조목 뜯어보면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외세와 대립하고 자기들끼리 아옹다옹하고. 피해는 제3자인 민초들만 보고. 새로운 천년의 시대가 온다고 바뀔 것인가. 「이재수의 난」은 바로 역사의 반복과 연속성을 가르치는 영화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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