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를 볼 길은 정말 없는 건가요』 25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로 한 야학교사로부터 안타까운 사연의 전화가 걸려왔다.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학생들이 그토록 바라던 대입 및 고입 검정고시 응시가 무산돼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사연은 이랬다. 서울 연동청소년학교(종로구 연지동) 교무주임 윤지은(尹志銀·27·여)씨는 24일 오후 5시께 K검정고시 학원에서 보내준 원보(院報)를 보다 올 대입 및 검정고시 응시원서 마감이 1시간 뒤인 당일 오후6시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검정고시는 보통 매년 4월5일께와 8월 둘째주 등 2차례 있는데,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보름 가량 앞당겨진 것이었다.
그 순간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진학의 희망을 품고 공부에 매진해오던 중·고등반 검정고시 준비생 18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년이면 대학생이 돼요』라며 잔뜩 기대에 찬 모습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공부해온 학생들이었다. 황급히 교무실 서랍을 뒤져 사진 등 응시원서 작성에 필요한 서류를 찾았다. 하지만 고작 3명분만 간신히 챙겨 마감시간 10분 전에 가까스로 접수시켰을 뿐, 나머지 15명의 학생은 응시원서를 내지 못했다.
이들은 이번에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8개월을 다시 기다려야 하며, 내년 2월 졸업할 경우 1~2개월 학습 공백이 생겨 응시하더라도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시교육청에 사정을 하소연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이미 교육감의 결재가 나 행정적인 구제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야학은 검정고시 학원도 갈 형편이 못되는 학생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오직 대학 및 고교진학 하나만을 바라보고 억척스럽게 공부해 온 학생들이 좌절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제발 도와 주세요』 윤씨는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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