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산책] 영화등급에서 사라진 15세관람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산책] 영화등급에서 사라진 15세관람가

입력
1999.06.26 00:00
0 0

「링」의 제작사인 한맥엔터테인먼트 김형준 대표. 최근 그는 너무나 속상한 일을 겪었다. 영상등급위원회에 「링」을 「15세 관람가」(15세 미만은 볼 수 없음)로 신청한 그는 『15세 관람가는 없어졌으니 다른 등급을 신청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깜짝 놀란 그는 그때서야 새 영화진흥법에서 등급이 하나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18세 관람가」 등급으로 신청한 그는 하루 서울서 3,000명이 넘는 고교생들이 극장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것을 보고 가슴을 쳐야 했다.김씨 뿐이 아니다. 영화인들과 관객 대부분은 등급이 하나가 없어진 사실을 모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올 초 여당은 등급외 등급과 전용관 설치안을 포기하는 대신 야당에게 『다른 사항은 따지지 말자』며 등급을 4개에서 3개(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8세 관람가)로 단순화했다. 한국영화연구소 김혜준 부소장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었다. 『12세와 15세를 합치면 청소년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완전등급제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시행에 문제가 있으면 다시 고치자』는 논리였다.

그러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선택의 폭을 줄였고, 그들을 극장에서 내쫓아 버렸다. 과거 15세 관람가가 대부분 18세 관람가로 옮겨가야 하기 때문. 실제 「링」말고도 「생방송 애드TV」 「프로피트」 「벨벳 골드마인」이 그런 경우. 여기에 부모를 동반하면 어린이도 12세 미만 관람불가의 영화를 볼 수 있어 지금의 등급은 「청소년」과 「어른」으로 양분화한 꼴이 됐다. 등급을 5개, 6개로 세분화하는 선진국과는 정반대 방향.

영화제작자들은 『두가지 수준으로만 영화를 만들어야 하냐』며 아우성이고, 영상물등급심위원회는 가장 보편적이고 좋은 영화가 많은 15세 (이상) 관람가가 없어진 것을 아쉬워 한다. 등급 단순화에 꾸준히 반대해 왔던 영화진흥위원 조희문(상명대)교수는 『청소년들을 영화에서 멀어지게 할 뿐, 완전등급제와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영화인들의 무관심, 다양한 의견보다는 특정인의 생각에 매달린 여당, 안목없는 야당의 합작이 연출한 또 하나의 어이없는 개악을 보는 듯하다.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