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항 해경전용부두에서 북한억류 엿새만에 풀려난 민영미(閔泳美)씨를 밤새 기다리던 남편 송준기(宋俊基) 등 가족과 시민들은 민씨가 항해도중 심한 배멀미를 하고 진정제 주사를 맞는 등 건강상태가 극도로 나빠지자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송씨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아내를 만나게 된다는 기대에 안절부절 못하면서 『마음 고생도 심했을 텐데 배멀미까지 하다니…』라며 안타까워했다. 송씨는 『아내를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불안에 떤 아내를 위로부터 해야겠다』고 말했다. 송씨와 함께 온 민씨의 오빠 영우(48)씨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건강은 어떤지…』라며 불안해했다.
○…부두에서는 취재진 100여명이 몰려들어 민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으나 민씨의 건강이 극도록 악화돼 기자회견 등은 모두 취소됐다. 민씨는 갑작스런 6일간의 억류로 정신적쇼크가 생겨 배에서 내리자 마자 강릉 아산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타고있는 앰뷸런스로 옮겨져 간단한 치료를 받은 후 병원으로 직행했다. 의료진들은 『민씨가 억류기간동안의 긴장감이 일순간 풀린데다 동해의 파도에 예인선이 흔들리는 바람에 배멀미를 해 지치고 피곤한 것일 뿐 잠시 안정을 취하면 곧바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속초로 향하는 예인선에서 관계당국의 소지품검사 결과 북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없고 관광시 가져갔던 의류등 소지품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씨는 예인선에서 남편과 친정집 등과 휴대폰으로 통화를 했으며 간단한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다 멀미가 나자 잠자리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민씨를 태운 현대상선 소속 예인선KC-31은 해안선 12해리를 따라 남하하다 오후10시40분 북방한계선을 넘었으며 오후 11시 5분 고성군 저진 동방 12마일(북위 38도33분) 어로한계선에서 대기하고 있던 속초해양경찰서 271경비함과 만났다.
민씨는 271 경비함으로 옮겨 타고 속초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으나 예인선을 그대로 타고 26일 새벽1시30분께 속초항에 입항했다. 현대와 해경 등은 민씨의 건강 상태에 따라 행선지와 일정을 수시로 조정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에 앞서 민씨는 그동안 억류돼온 금강산 온정리에 있는 「금강산 여관」에서 오후 5시30분께 현대 임직원들의 보호 속에 빠져나왔다. 오후 6시6분께 장전항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한 민씨는 오후7시20분께 간단한 출국 절차를 마무리하고 정봉두 현대상선 이사, 의사 오명재씨와 함께 현대의 예인선인 KC-31호에 올랐다. 민씨는 예인선에서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았으며 오후8시 장전항을 출발해 남쪽으로 향했다.
귀환 뱃길 6시간동안 민씨는 비교적 차분했으며 동승한 현대 임직원에게 그동안의 조사과정 등을 비교적 소상히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현지의 현대 관계자들은 『석방될 것으로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소식이 날아들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민씨가 풀려나자 이를 크게 반기면서 곧 금강산 관광이 재개돼 그동안 발길이 끊겼던 금강산이 다시 북적거리기를 기대했다.
○…속초시민과 실향민촌인 「아바이 마을」 주민들은 민씨의 귀환을 반기면서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호동 황화수노인회장은 『동족간에 유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트집잡고 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도 맘놓고 서로가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함경남도 신포에서 1.4후퇴때 남하한 아바이 마을 주민 여석창(73)씨도 『북에서 영원히 억류하지 못할 줄 알았다』며 『이번 문제로 금강산 관광이 결렬된다면 서로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초=곽영승기자 yskwak@hk.co.kr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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