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장회의 표정 -전국 고·지검장 등 검찰간부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5일 열린 검사장회의는 고급옷로비의혹사건 「파업유도」발언 등 잇따른 파문으로 검찰이 처한 위기상황을 반영하듯 시종 비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대검총무부가 마련한 국민신뢰회복, 검찰기강확립등 주제별 난상토론식으로 진행됐다. 회의에서는 또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새로운 검찰상 정립을 다짐하는 검찰간부들의 자성의 목소리엔 결연한 의지가 담겼다.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과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훈시에서 「혼신의 노력」「추상같은 기강확립」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결연한 각오」 「성역없는 사정」등 강렬한 어휘들을 사용, 이날 회의 분위기를 짐작케했다.
특히 박 총장이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발언을 의식, 『한 조직원의 어이없는 실언이 검찰조직은 물론 국가전체에 얼마나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쓰라린 경험을 했다』며 『내부개혁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말을 할 정도로 성직자에 가까운 엄격한 도덕률로 재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숙연해지면서 검찰간부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박검찰총장은 훈시중 검찰의 자기반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강조했다. 박총장은 『국민의 불신과 내부조직 동요로 인해 한국 검찰 역사상 최대의 시련기에 처해 있다』며 『내부 개혁으로 환골탈태하는 절실한 반성의 모습을 통해 신뢰회복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도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 한(恨)을 풀어주는 검찰」로 거듭 태어나자』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검사장들은 대전법조비리 사건 때의 평검사회의 처럼 일선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전달하며 열띤 자유토론을 벌였다. 검찰총장의 지시사항 전달과 대검 기획검사들이 작성한 안건 위주의 형식적 논의를 했던 과거 검사장회의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일선 검사장들은 『최근 검찰의 위상을 떨어뜨린 일련의 사태들은 검찰 스스로 안고 있던 문제들 때문이었다』면서 『무엇보다 검찰의 정치 중립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위기는 기회인 만큼 지금이 오히려 과거에 굴절된 검찰상을 바로잡고 새로운 검찰상을 정립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검사장회의 주변에서는 검찰 신뢰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는 모종의 결의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도는 등 긴박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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