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의 남북교전과 동해안의 금강산관광객 억류는 김대중(金大中)정부가 추진중인 대북포용정책, 이른바 햇볕정책의 진면목을 국민, 북한, 우방 등에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비 온 다음에 땅이 굳는다고 이번 두 사건은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오해와 우려를 씻는 좋은 선례와 결과를 남겼다고 생각한다.첫째 햇볕정책이 단순한 유화정책이 아니고 전쟁억지력, 즉 확고한 안보와 국방력에 기초해 대화와 협력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햇볕정책이 안보와 국방을 대체, 포기 또는 이완시킨다는 오해를 불식시킨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사태는 햇볕정책이 자주국방력의 강화뿐만 아니라 한미안보동맹체제의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구축,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의 이해와 지원 등을 기반으로 한 것임을 보여줬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우리 해군의 결연한 응징력과 응전태세, 동맹인 미국의 신속한 지원(빈센니스 유도미사일 적재함·모빌미사일 적재함·해군 EA6B 정보기·잠수함 등의 한국해안배치), 독일 콜론 G7, G8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생산 및 재발사에 대한 우려표명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북한의 금강산관광객 억류에 대응, 현대그룹의 금강산관광사업을 일시중단시킨 것은 햇볕정책이 일방주의가 아니라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건이다.
정부와 현대그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간 신변안전보장을 약속받기 전에는 관광사업을 재개해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그룹의 월 800만달러 송금도 일시중지할 수 있다는 각오여야 한다.
셋째, 일부에서 햇볕정책을 포기하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단견이다. 북한의 도발은 50년간 자행돼왔다. 온 세상이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북한만이 냉전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 우리까지 냉전적 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닮은 꼴이 되고만다.
크고 작은 도발에 단호히, 철저히, 선별적으로 대응하면서 탈냉전적, 포괄적 포용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함으로써 북의 낡은 행태와 더욱 극명하게 대조시켜 우리의 우월성을 보여줄 수 있다.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관광객을 억류, 세계의 지탄거리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두 사태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반도 분단상황의 비극과 냉엄한 군사적 현실을 우리는 물론 세계에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정치는 어느 국가나 나라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유독 한국정치처럼 소리와 소음만 무성하고 의견과 정책이 부족인 경우는 드물다. 이번 두 사건을 계기로 여야뿐만아니라 국민과 언론 정치가 소음공해를 극복하고 보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의 정치로 전환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양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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