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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병주고 약주는 공무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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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병주고 약주는 공무원대책

입력
1999.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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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정부만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가 최근 함께 추진중인 두가지 공직사회대책, 즉 공무원부조리근절책과 공무원사기진작책을 들여다보면 정부 정책입안자들의 경직된 사고는 어쩌면 이렇게도 세상과 거꾸로 갈 수 있는지 한숨이 나온다.경조사 통보 및 축의금·조의금 접수금지, 화환·화분수령금지 등을 골자로 한 「공무원 10대 준수사항」은 그 취지를 떠나 철저하게 공무원 사기를 꺾는 정책이다.

한결같이 지켜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조잡한 규제들이란 점도 문제지만, 관혼상제의 시시콜콜한 관행까지 지시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공무원 집단 전체가 「흙탕물」임을 선언하는 부조리근절대책의 기본발상에 공직사회는 심한 멸시감을 갖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정부가 공무원이란 타이틀 자체를 무슨 범죄집단의 이름처럼 여기고 있다. 가족 볼 낯도 없고 공무원하고 싶은 생각도 달아났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가 다른 한편에선 공직사회 사기진작방안을 만들고 있다. 내용은 예상했던대로 각종 수당을 올려주고, 우수 공무원에게 성과급으로 나눠주려던 예산을 잘한 사람, 못한 사람 관계없이 모두 함께 나눠쓰자는 것같은 「평준화한 급여지원」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돈을 나눠줌으로써 꺾인 사기를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과연 좌절감이 돈으로 복원될 수 있을까. 뺨을 때린 뒤 어루만져준다고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돈으로 해결될 수 없는 중산층대책을 돈으로 풀려고 했듯이 정부는 돈문제가 아닌 공무원사기를 또다시 돈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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